우리동네 목사님

세상읽기 | 2006/02/03 00:08 | laotzu
읍내에서 그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
철공소 앞에서 자전거를 세우고 그는

양철 홈통을 반듯하게 펴는 대장장이의

망치질을 조용히 보고 있었다
.
자전거 짐틀 위에는 두껍고 딱딱해보이는

성경책만한 송판들이 실려있었다
.
교인들은 교회당 꽃밭을 마구 밟고 다녔다
,
일주일 전에 목사님은 폐렴으로 둘째 아이를 잃었다
.
장마통에 교인들은 반으로 줄었다
.
더구나 그는 큰소리로 기도하거나 손뼉을 치며

찬송하는 법도 없어

교인들은 주일마다 쑤군거렸다
.
학생회 소년들과 목사관 뒷터에 푸성귀를 심다가

저녁 예배에 늦은 적도 있었다
.
성경이 아니라 생활에 밑줄을 그어야 한다는

그의 말은 집사들 사이에서

맹렬한 분노를 자아냈다
.
폐렴으로 아이를 잃자

마을 전체가 은밀히 눈빛을 주고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다음 주에 그는 우리마을을 떠나야 한다
.
어두운 천막교회 천정에 늘어진 작은 전구처럼

하늘에는 어느덧 하나둘 맑은 별들이 켜지고

대장장이도 주섬주섬 공구를 챙겨들었다
.
한참 동안 무엇인가 생각하던 목사님은 그제서야

동네를 향해 천천히 페달을 밟았다
.
저녁 공기 속에서 그의 친숙한 얼굴은 어딘지 조금 쓸쓸해 보였다.

                     - 기형도

교회 네온사인이 늘어나는것만큼 우리가 행복해 지고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러지 못해 유감입니다. 예수의 위대성은 아직도 그 이름으로 밥벌어 먹고 사는 사람이 상당하다는데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예수는 영혼의 구원을 고심했을텐데 그 제자들은 자신의 밥그릇에 대해서만 고민하는것 같아서 ....

태그 : 기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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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北京)에 살면서 틈틈이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현재 북경중의약대학에 다니고 있는 늦깍이 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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