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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하를 향한 노스텔지아 – 고생했다 사향노루

기원과 연혁: 사향노루과의 동물. 임사, 마사, 원사의 성숙한 숫컷의 향냥 중의 건조분비물

약성및 공효: 맵고 따뜻하다. 심장과 비장으로 들어간다. 개규성신, 활혈통경, 소종지통
용법: 환이나 산제에 넣어 복용한다. 매번 0.03 – 0,1g 을 쓴다. 외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탕제에 넣지 않는다. 임산부의 경우 낙태의 위험이 있음으로 사용을 금한다.
채집과 가공, 주요산지, 감별: 본문 속에 있음.

‘노스텔지아’
아주 오래전에 ‘차이코프스키’의 사촌인지 아무튼 ‘ OOOO스키’ 로 끝나는 이름을 가진 러시아 감독의 영화를 통해 이 단어를 처음 알았다. 고향을 향한 근심이란 뜻의 ‘향수’도 느낌이 좋은 단어지만 ‘노스텔지아’도 뭔가 그리운 느낌이 드는 단어였다. 졸다 깨어서, 정신 차려 보다가 “끝나려면 아직 멀었나보다. 이 ‘스키’ 정말 대가구나” 하고 또 졸면서 보았다. ‘인간의 영혼이 진정으로 그리워하는 것은 구원이다’ 뭐 이런 내용이었던 거 같은데 영화는 가고 제목만 남았다.

사향낭을 보면 그 영화제목이 종종 떠올랐었다.
그리고 사향을 만난 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은 "노루의 구구절절한 노스텔지아가 담긴 덩어리가 사향이다"고 생각한다.

사향이 좋다는 데는 한방약에 시비를 많이 거는 사람들조차 별 이견이 없다. 그들 조차 공진단이 문제가 많은 것은 사향이 제대로 안 들어가거나 가짜사향을 넣어서 그렇다고 하지 사향 자체가 나쁘다고는 않는다. 공진단, 안궁우황환, 25미진주환, 인청상각 등 한국, 중국, 서장의 소위 명약설명서에서 사향을 찾기란 쉬운 일이다. 타박상에 바르는 각 종 연고와 파스류 등에도 가격이 조금 비싸다 싶으면 인공사향이 거의 다 들어가 있다. 몸에 좋다고 너무 많이 사냥해 멸종위기라는 이야기가 나온 지도 꽤 되었고 사냥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데도 라사의 약방에 가서 주인에게 슬쩍 다가가 “헤이! 요우 메이요우 써시앙” 하면 힐끗 한번 보고 ‘살 만한 놈이다’ 싶으면 가게 안쪽의 냉동고에서 한 보따리 내온다.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부르는 게 값이다.

라사에서 네팔로 가다보면 서장자치구의 두 번째 큰 도시인 르까체가 있다. 여기는 ‘달라이 라마’의 지역이 아니라 ‘반찬라마’가 지배하는 지역이다. 네팔로도 가고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도 멀지않다. 세상의 산들이 가장 높은 산을 향해 달려가고 세상의 강들은 그 봉우리로부터 멀어져가기 시작하는 언저리에 있는 도시이다. 티벳사람들은 물고기를 신성하게 생각하므로 잘 먹지 않아서 정말, 진짜 물 반, 고기 반인 ‘양호’도 여기서 그리 멀지 않다. “양호의 물고기 수가 중국인구수와 같다”는 말이 있다. '꾸워란쓰'(과연) 중국뻥이다. 나도 뻥을 보태면 그 물고기를 먹는 새들이 역시 중국인구 만큼 물위에 앉아있다. 겉보기에는 물반 새반이다.

르까체가 두 번째로 큰 도시라 해도 아직 가로등이 거의 없어 밤이 되면 커다란 달과 별이 도시를 비추고 늑대만한 개들이 도시 곳곳을 돌아다닌다. 이 개들과는 될 수 있으면 인연을 맺지 않는 게 좋다. 사람에게 잘 덤비고 물리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데도 없다. 자유롭게(?) 티벳 여기저기를 다니는 여행가들이 적어놓은 여행기에 종종 ‘티벳의 개는 세상에서 가장 불친절한 개이니 조심해라’는 경고가 등장한다. 개를 최대한 피하여 발품을 팔면 르까체에서도 사향을 구경할 수 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여기서는 사향을 소금에 절여 놓는다는 것이다. 냉장고가 들어오기 전의 저장방식이 아직 까지 남아 있어서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르까체는 네팔과 국경무역이 이루어지는 곳이 가까워서 그런지 장홍화와 인도향을 비롯한 인도, 네팔 약재가 많다.

유목민들의 천막 ‘짱빠오’에서도 운이 좋으면 사향을 볼 수 있다. 옛날부터 사향은 유목민들의 타박상, 외상의 비상약이었다. 앞에서도 거론한 바 있는데 말 타거나 사냥하다 다리가 부러지면 사향가루를 척 붙이고 그 위를 천으로 묶고 다시 사향가루를 물에 타서 마시고 하룻밤 자고나면 벌써 뼈가 붙고 붓기가 가라앉아 있단다. 직접 보지 못해서 완전히 믿지는 않지만 사향의 대표적인 작용이 사기를 물리치고 독을 풀며 기혈을 잘 통하게 하고 경락과 인체의 구규를 뚫는 작용이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사향노루는 교미기를 제외하고는 혼자서 산다. 커다란 산 두어 개 정도를 한 마리가 모두 차지하며 살아간다. 겨울에서 봄 사이가 번식기인데 수놈은 산 몇 개를 넘어서 살고 있는 암놈을 자기에게로 불러와야 한다. “나는 아주 건강한 숫 컷이고 아이를 놓을 준비가 다 되었다. 내게로 와서 아이를 낳아다오.” 종족의 대를 이어서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라는 자연이 준 의무와 개체의 본능이 농축되어 배꼽 부근에 낭이 되어 달렸다. 그리고 그 향이 온 산을 퍼져나간다. 아기를 가질 때가 된 거다.

가을과 겨울에 뱀과 개구리를 비롯하여 온갖 기름진 것을 많이 먹어치운 사향노루일수록 좋은 사향을 만든다고 한다. 아이를 위해 암컷은 사방에서 오는 냄새 가운데 좋은 유전자를 가진 수놈을 선택하여 그에게로 간다. 꿈과 같이 함께 있는 잠깐의 시간이 지나면 여자는 돌아가고 남자는 이제 쓸 데가 없어진 사향을 앞 발로 긁어서 떼 낸다. 이것이 사향이 잘 익어 가장 효과가 좋다는 최상품의 사향 ‘유향’이다. 그러나 오늘에 이르러 사향이 저절로 떨어지기를 기다릴 수 있는 현대인은 없다. 사냥해서 노루에게서 강제로 떼어낸 사향만이 있을 뿐이다. 이것이 두 번째로 좋다는 ‘제향’ 이고 노루가 쫒기다 절벽으로 떨어지거나 사냥하는 중에 피가 들어가 섞여 있는 것이 최하품의 사향 ‘심결향’이다.

이런 이야기 외에도 사향과 관계되는 이야기는 아주 많다. “백회를 신궐에 대고 잠을 자는 버릇을 지니고 있어 저절로 임독유통이 되어있다” “천신이나 산신이 종종 노루의 몸을 빌려 세상을 산보한다.” “양귀비가 허리에 차고 당현종을 뿅가게 했다” 등 모두 사향이 영물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굳이 옛사람의 이런 상상력을 빌리지 않아도 서식환경과 습성, 사향의 유래만 보아도 충분히 신비하다.

보너스로 좋은 사향을 구별하는 법을 간단히 알려주겠다.
첫째, 냄새다! 냄새가 구수하면서 야리꾸리해야한다. 사향에서는 남성호르몬에서 공통적으로 나는 비릿한 냄새가 나는데 그것이 낭속에서 잘 익어서 밤나무꽃 냄새같이 노골적으로 비릿하진 않다. 비릿한 냄새가 강하면 덜 익은 것이고 천박하거나 썩은 냄새에 가까운 쪽이면 다른 물질이 그만큼 많이 섞였다는 거다. 구수해야한다. 초코렛이나 버터냄새가 연상될 만큼 구수해야한다.
둘째, 가루입자가 아주 단단하다. 물을 묻혀 뭉치면 뭉쳐지지만 마르면 다시 가루입자 그대로 돌아갈 만큼 입자의 완정성이 높다.
셋째 사향가루를 ‘사향인’이라 하고 사향인 사이사이에 원형, 사각형, 육각형등 여러 가지 모양의 결정체가 있다. 햇빛에 비춰보면 금속결정같이 반짝거리기도 하고 절구에 넣고 몇 번을 찧어야 부숴질 정도로 아주 단단하다. 이것이 ‘당문자’라 불리는 성분인데 중국약전에 ‘사향무스콘이 2%이상이면 진품이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 당문자속에 사향무스콘이 가장 많이 들어있다. 사실 이것만 조금 빼내서 다른 물질을 섞어 빈 낭속에 넣고 노루피를 주사기로 집어넣어 중량을 늘이면 금방 두 개, 세 개가 된다. 안국시장 같은 큰 약재시장에 가면 사향을 가루로 팔기도 하고 낭 채로 팔기도 한다. 벌써 섞여있다는 소리다. 가격이 원체 비싸니 가짜가 많을 수 밖에 없다.
그 다음으로는 외부의 모양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인데 사진을 보고 참고하시라.

안국약재시장에 가서 사향을 산다면 가루로 파는 것에서는 진짜 성분의 30% 이상을 기대해서는 안되고 사향낭으로 사도 반 정도만 진짜라면 잘 사는 것이다. 살때마다 국립식품검역소에 성분의뢰를 할 수도 없고 그나마 피를 집어넣어 무게를 늘인 것은 막상 쓰려고 낭을 까서 말리면 삼분의 이 정도가 줄어든다. 그러니 사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사향을 한국에 널리 알린 약이 ‘공진단’이다.
공진단은 대한민국의 힘 좀 있다는 사람들이 폭탄주 먹고, 재미 많이 보려고 즐겨 먹는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알려지기 시작하였고 연속극에 몇 번 등장한 후로는 ‘공진단 먹기’가 유행처럼 번지기도 하였다. “그런 힘 있는 사람들이 먹는 것이니 어련히 좋겠지” 하는 게 백성들의 생각이다. 그러나 의학적으로는 별로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술을 더 많이 마시게 하니 그만큼 간이 빨리 상할 것이고 성접대 좋아하면 빨리 늙고 병든다. 그나마 가짜가 더 많으니 쓰레기 먹는 것을 부러워 할 필요가 없다. 정력도 그렇다. 양기가 허해서 정력이 안 좋은 경우도 있고 기체나 습열, 어혈등이 있어서 그런 경우도 있다. 현대인의 경우에는 도리어 후자의 이유로 정력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더 많다. 하초 습열에는 용담사간탕이, 어혈에는 독일미가 정력제다.

이 외에도 고혈압, 성인병, 아이들 입시공부 하는데 좋다는 등의 설이 있는데 대체적으로 “신장의 화를 덥혀 기화작용이 잘 이루어지면 심화를 내린다. 그러면 수승화강이 이루어져….” 혹은 “머리의 화를 사향이 아래로 내린다” 등의 원리로 이런 효과를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무조건 그런 것은 아니다. ‘머리의 화를 사향이 내린다’ 는 교과서에는 없는 이야기이다. 교과서에는 사향이 “온 몸의 구규를 열고 정신을 깨게 하는 ‘개규성신’효과가 있다” 라고 적혀있다. 수승화강 문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한다.

임상에서 사용하고자 할 때는 구체적인 변증을 먼저 정확하게 해야 한다. 예를 들면 고혈압이 어디에서 오는지? 만약 간담실화나 간울화화, 간양상항 류의 고혈압에 쓴다면 신장의 화를 보하여 기화작용을 하기 전에 사향이 끌고 가는 보양효과가 먼저 작용하면 양에 양을 더하니 혈압이 위로 더 치밀어 오르지 않겠는가. 개인적인 의견은 양허증 및 음양이 모두 허한 증상이 아니고는 아무렇게나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이며 허로증. 양허두통, 사지궐역및 경련, 손발이 저리고 감각이 없는 등의 증상, 큰 병이나 소모성 질환의 회복기, 교통사고나 외상 등의 치료에 한번씩 ‘공진단을 써 보면 어떨까?’ 고려한다. 물론 이럴 때도 ‘허불수보’ 즉 “너무 허하면 보약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를 고려해야 한다. 의식불명, 혼절, 간질이나 정신착란등의 급증에는 분명한 효과가 있을 터인데 써 볼 기회가 올 까 싶다.

결론적으로 공진단은 어떤 말을 갖다 붙여도 “보양익정하는 주약인 녹용을 경락을 종횡하고 구규를 뚫는 사향이 이끌고 장부와 사지끝까지, 전신 구석구석으로 보내는 원리”를 벗어날 수 없다. 다른 개규약도 많은데 왜 사향인가? 사향은 뚫고 나가는 힘이 아주 우수한 약이고 더 중요하게는 성질이 따뜻한 개규약이어서 공진단의 주약인 녹용의 보양하는 목적과 합치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황제에게 바친 간신의 보약이고 한국에서는 동의보감의 삼대보약중 하나라는 명성이 도리어 약을 정확히 보지 못하도록 하는 것 같다. 그런 책의 설명을 보면 “황제폐하 (혹은 상감마마) 이 약은 정말 귀한약이어서 보익간신, 수승화강, 정력증강, 장수불사 하는 명약입니다.”하며 약을 갖다 바치던 신하들이 만들어 낸 말들이 적혀있는 느낌이 드는 것은 나만의 편견일까? 실체는 도리어 사향을 옆구리에 차고 다니며 비상약으로 쓰던 티벳 사람들의 약 쓰임새에서 더 자세히 보이는 것 같다.

우리가 구할 수 있는 사향에는 우랄 알타이 산맥의 러시아산과 중국의 운남, 신장, 서장등의 사향이 있고 양식한 노루에게서 채취한 인공사향, 기타 사향을 만드는 동물 예를 들면 사향고양이의 사향등이 있다. 한국에서는 거의 러시아산을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종종 품질에 회의가 들어 성분검사를 하면 실제 사향성분이 규정보다 적게 들어가 있었다는 보고가 많다. 중국은 뒷거래는 가능하지만 공식적으로는 일단 포획과 매매가 모두 금지되어 있다. 여러 가지 사향 중 티벳사향이 가장 좋다고 옛 기록에 나와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만약 한국에 야생 사향노루가 있다면 ‘금수강산 사향노루’ 인데 어찌 좋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사향과 사귄 시간이 오래되어서 그런지 이것 저것 할 말이 많다. 그러나 이 정도면 될 듯하다. 여기까지…..

제임스 카메룬의 ‘아바타’에서 (개인적으로 아바타의 사상과 화면의 원형은 ‘원령공주’ ‘천공의 성’등 미야자끼 하야오의 작품에 빚진 바가 많다고 본다) 나비족의 팔 다리가 기다란 주인공 처녀가 지구에서 온 애인에게 사냥을 가르치면서 사냥한 짐승이 덜 아프게 죽을 수 있도록 목을 찌르며 주문을 외우는 장면이 나온다. 사실 아프리카 원주민과 인디안, 에스키모 등 사냥을 주된 생존 수단으로 하는 종족들은 사냥을 할 때 자기들 나름대로 사냥대상의 영혼을 달래는 의식이 있다. 사향노루가 이 어려운 시기를 살아남아 과거와 같이 개체수가 충분해지고 그 땅의 사람들이 필요에 따라 사냥하면서 그들의 영혼을 달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제 이런 상상은 영화나 전설 속에만 가능할 것이고 야생 사향노루는 곧 인간에 의해 전멸당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혹 공진단을 드시는 분은 고향 산하를 향한 사향노루의 노스텔지아가 뭉쳐서 당신이 먹는 약 속에 들어가 있다는 것을 아시고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약을 드시기 바란다. 그 친구가 살고자 했던 내일이 당신의 오늘을 위해 바쳐졌으니 그 만큼 열심히 사시길…

“아시나요 파란꿈을
연연히 흐르는 마음이 알알이 맺힌 것을
너무 할 말이 많았기에 마음은 까맣게 익었어도….”
(영화 ‘별들의 고향’에서)


티베트 사향으로 만든 공진단을 구입하실분은 댓글이나  contact를 통해 문의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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