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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해둘만한 장약(藏藥) – 인청상각(仁靑常覺)

티베트약 중에는 환약과 산제가 많다. 육미지황환, 공진단같은 큰 환약이 아닌 딱딱하고 조그마한 환약이 주류이다. 이유를 알고 계신분도 있겠지만 잠시 짚고 넘어가면 그것은 유목민의 생활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먼저 유목민의 경우 일 년 내내 밖에서 생활한다. 라사나 아리, 칭하이의 시닝 같은 도시에 한번 나오려면 그 자체가 연중행사 중 하나이다. 혹은 포탈라궁을 찾거나 큰 절에 참배를 드리기 위해 삼보일배, 오체투지의 험난한 고행을 거쳐야 도시로 나올 수 있다. 교통상황이 좋아졌다는 지금도 백성의 입장에서는 도시로 나가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

티베트를 여행하다보면 종종 시외버스를 강가에 세워놓고 전 승객이 들판에서 짬빠와 수요유차를 먹고 있는 장면을 볼 수 있다. 강물 중간에 솟아있는 바위위에는 독수리가 앉아있고 아이들과 독수리가 눈싸움을 하고 강 건너에는 야크가 가만히 앉아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다. 고개를 위로 들면 멀지 앉은 곳에 설산이 솟아있고 그 위로는 눈이 닿는 곳 모두에 진하고 신비한 남색하늘이 펼쳐져 있다. 간혹 회오리 바람이 불어오기도 하고 구름이 산아래 쪽에 잠시 머물다 가기도 한다. 한번은 나도 그들이 쉬고 있는 근처에 짚차를 세워 같이 있어보았는데 돌도 줍고 강에다 발도 담그고 들꽃과 풍경사진도 찍고 40분 이상을 머물렀는데 장족승객을 라사로 모셔야 하는 그 버스는 그냥 그대로 퍼질러 앉아있었다. 도시인의 조급함 때문에 내가 먼저 그 자리를 떠났었다. 이래서 오지여행에서 시간별로 계획을 세우는 것은 금지사항이다. 출발시간도 도착시간도 제멋대로다. 제멋대로라서 더 그 곳으로 간다.

말이 티베트의 강과 산을 한참 돌아다녔다. 다시 환약으로 돌아오자.

이러한 배경으로 해서 장족들은 마치 고산등산대같이 늘 상비약을 준비하고 있고 도시로 나와 의사를 한번 만나면 대략 다시 올 때까지의 시간을 계산해서 약을 마련해둔다. 그러므로 우리가 이때까지 주로 배워온 구체적 상황에 맞는 구체적 변증으로 한 방(?!)에 해결하는 탕약보다는 포괄하는 증상의 범위가 넓고 평소에 먹어도 되고 오랫동안 보관하면서 사용할 수 있는 약이 필요했던 것이다. 늘 옮겨 다니다 보니 약의 부피와 무게, 보관도 아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것이 대강 서장약에 작고 딱딱한 환제나 산제가 많은 이유이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약이 저번에 소개했던 25미 진주환과 그 것의 업그레이드 판인 70미 진주환, 그리고 오늘 소개할 약, ‘장약지왕’ 이라는 별칭을 가진 인청상각(仁靑常覺) 이다. 중국사람들은 줄여서 ‘창주에’라고 하고 서장에서는 ‘창조’라 부른다. 이 두 가지 약은 각각 중풍, 뇌혈관병과 위장병 즉 장족의 고질병에 쓰는 약이다. 평소에 먹는 음식이 짬바(쌀보리)와 수요우(버터), 우유, 소고기, 양고기이고 채소는 거의 입에도 대지 못하니 혈관질병이 안 날 도리가 없고, 소똥을 땔감으로 쓸 정도로 땔감이 부족하여 익혀 먹기보다는 생식을 하는 경우가 많고 게다가 늘 추위에 노출되어 있으니 위장병이 많이 발생한다.

환경이 사람의 의식을 규정한다. 환경이 사람의 병도 규정한다.

주요성분 : 좌대(坐台), 가자, 우황, 장홍화, 사향을 비롯한 백육십여종의 천연약물을 장의 (藏醫)만의 전통포제법으로 가공하여 만든다.

공능: 1. 삼인평형조절(三因平衡調節), 정본청원(正本淸源) (여기서 삼인은 롱(隆), 츠빠(赤 巴). 페이건(培根)인데 중의의 기와혈, 담과화, 수와토 와 비슷한 의미를 가진 장의 고유의 개념이다. 장의에서는 이를 ‘삼인학설’이라 한다.)
2. 소간건비, 자보강신(滋補强身)
3. 화혈소종, 청열해독

주치 : 위염, 위궤양을 포함한 만성완고성 위장질환과 간담병, 온열병, 온역병, 복수, 암, 매 독, 문등병등 각종 중독증에 두루 쓰인다. 특별히 소화기계통의 오래되고 잘 낫지 않는 질병에 효과가 좋다.

복용법 : 복용하기 전날 밤 환약을 부수어서 뜨거운 물에 넣어두었다가 다음날 아침 다시 뜨거운 물을 부어 적당한 온도로 하여 공복에 복용한다. 참고로 환약이 망치로 부숴 야 할 만큼 단단하다. 중증에는 하루 한 알, 가벼운 증상에는 3일-7일에 한번 복용하면 된다.

만약 장의 의사 한분이 160가지의 약 성분을 모두 가르쳐 주어도 우리는 이 약을 만들 수 없다. 160여 약재를 모두 구하기도 쉽지 않지만 그 것보다는 ‘좌대’라는 약재와 ‘장약법회’ 때문이다. 생전 처음 듣는 분도 많을 것 같은 ‘좌대’는 인청상각에서 가장 중요한 성분 중 하나이고 장약의 ‘보배중 보배(寶中寶)’라 일컬어지는 성분이다. 나 역시 “수은을 장족만의 특수한 가공포제를 거쳐 만든 것으로 독이 없으며 그 신비한 효과가 감로수의 정화와 같고 다른 약과 배합하면 약의 효과를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약효를 오래 가도록 하는 작용을 한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 여러분 중 궁금증이 많은 어린이(어린이는 늘 궁금해하니까…)에게 특별히 당부한다. 목숨을 걸 정도의 각오가 아니면 알려고 하지마라. 연금술의 비밀이 어디 쉽게 공개되겠는가?

역사에서 좌대를 찾아보면 기원전 600년 전후 남인도의 승려가 처음으로 제련에 성공했으며 서장의학에서는 장의학의 기본경전인 [사부의전 四部醫典]에 제일 먼저 출현하며 70미진주환과 인청상각등 귀중한 약에 많이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 할 수 있다. 이슬람과 유럽의 연금술사가 그렇게 만들려고 했던 ‘마법사의 돌’, 중국의 진시황도 실패한 ‘불로장생의 연단’ 이 이렇게 중생의 병고를 덜어주는데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아 그래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보다 “무슨 꿈을 꾸느냐”에 따라 연금술사의 성공과 실패가 걸려있었던 거구나.

또 하나 흉내내지 못하는 비법이 ‘장약법회(藏藥法會)’이다. 진정한 장약(藏藥)은 전승비방, 특수포제, 초능가특(超能加特)의 세 가지 조건을 구비해야 만들어 진다. 그중 초자연적 힘을 불어넣는 의식 즉 초능가특에 해당하는 것이 장약법회이다. 약을 만들고 나서 그 약에 의사의 간절한 바램과 대자대비의 기운을 불어넣는 의식이다. 약을 가운데 놓고 승려와 약을 만든 사람들이 모여 염불을 외면서 7일간 정성을 다해 약이 영험한 기운을 발휘하기를 기도한다. 현대장약공장에서도 1년에 한번 형식적으로나마 법회를 한다고 들었다.

미신이라고?

미신이라 생각하면 지금 당장 이 화면을 끄라.

이것이 기와 전통의학의 세계이다. This is The World of Qi. And Traditionalmedicine.

이런 제조과정을 거쳐 인청상각이 만들어진다.

개인적으로 이 약과의 인연이 깊은 편이다. 처음 라사에 갔을 때, 그 기념으로 장의학원에서 운영하는 티베트에서 가장 큰 장의병원을 찾아 진찰을 받은 적이 있었다. 당시 나를 진맥했던 소화기과의 장족의사가 “원기대상, 비위허약”이라 하며 이 약을 권했었다. 그때 처음 약을 먹어본 후에 효과가 좋아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몇 번의 직, 간접 경험을 통해 내가 내린 결론은 허증 위주의 오래된 위장병에 쓰면 아주 효과가 좋다는 것이다. 생사람 잡는 선무당이 되기는 싫으니 장의의원에 가서 장의 의사의 진단을 받아서 사용할 것을 권한다. 농담 하나 하고 넘어가겠다. “앞으로 나를 만나는 사람은 나를 잘 대해주길 바란다. 장족의사가 원기대상의 중환자라 했으니까…” 그래도 한 번씩 생각한다. “내 병은 나를 함부로 까불지 못하도록 하는 참 좋은 병이기도 하다”고, 그래서 “원기대상과 함께 오래오래 잘 지내며 살아야 겠다”고…

장의의원藏醫醫院앞이 유명한 대조사 광장, 즉 자오캉쓰광창이다. 여기가 티베트어로는 ‘주라캉’으로 불리는 티베트의 문화 1번지이다. 라사에서의 모든 일이 여기서 제일 먼저 일어난다. 여러분이 가장 많이 보는 라사사진도 여기 풍경이다. 광장에는 얼굴이 검게 타서 나이를 가늠할 수없는 장족들이 늘 절을 올리고 있고 그 바깥을 온갖 소상품점과 노점상들이 둘러싸고 있으며 노랑 머리, 푸른 눈의 인종들도 버글버글 거린다. 그런데 이곳의 내면 모습은 낮에는 볼 수 없다. 만약 그 것을 보고 싶다면 새벽 해뜨기 전, 여관을 나와서 대조사를 한 바퀴 돌아볼 것을 권한다. 향 연기와 어둠과 어스름한 빛에 둘러싸여 유령처럼 오른 쪽으로 오른 쪽으로 도는 티베트인들과 함께 당신도 한 웅큼의 연기(煙氣)가 되어 있음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부처와 사람들과 인연과 두려움과 욕망과 서원(誓願)이 당신의 몸을 칭칭 감아올 것이다. 그 감겨오는 기운이 대조사의 내면이다. 혹 이것이 나만의 느낌이더라도 괜찮다. 당신이 돌 때는 당신만이 볼 수 있는 대조사의 내면이 나타날 테니까.

그리고 7시(8시던가?)가 되면 대조사의 문이 열리고 노인, 아이, 처녀, 총각 할 것 없이 마치 전쟁터에서 피난을 가듯 난리를 치며 대조사 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서로 치고 받고 새치기하고 거의 난장판이다. 어른도 어린이도 여자도 서로를 못 알아보는, 힘센 놈이 장땡인 상황이다. 나도 그 때 덩치가 커다란 장족에게 옆구리를 맞고 뒤로 밀렸었는데 같이 밀린 할머니와 함께 잠시 자비를 잊고 분노한 기억이 생생하다. 어떤 사람이 “티베트 사람들은 화를 안낸다”고 여행기에 적어 놓은 것을 보았다. 뭘 보고 그런 말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틀린 말이라 생각한다. 내 눈에는 ‘어느 민족은, 어느 종교를 믿는 신앙인은, 또 그 사람은 다르다” 보다 ‘사람은 다 같은’ 모습이 더 자주 보인다. 그리고 그것이 더 사실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속으로는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 있기를 바라며 나도 화를 안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더 간절하다.

티베트 불교는 “부처의 깨달음과 그 가르침은 지고지순하여 일반 사람은 그 뜻을 도저히 알 수 없고 극히 소수의 사람들에게 은밀히 전해진다”는 원리를 가져서 ‘밀교’라 불린다. 그래서 달라이 라마나 큰스님이 아닌 라오바이싱(일반 백성)들은 이런 저런 사람의 말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해석하기 보다는 불경을 외는 것이 더 복되다고 믿고 있다. 밀교가 우리가 현 시대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원형에 가까운 불교이고 그 의의가 매우 크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만약 그 이론이 자기 스스로가 깨닫는 것이 아닌 영험 있는 불상이나 라마만 찾아다니고 불경만 읊으면 된다는 식으로 잘못 해석되면 이런 화가 나는 현실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렇게 불교가, 선업으로 덕을 쌓고 고행과 수련으로 부처가 되는 길을 버리고, 자신의 복과 욕망만을 비는 수단으로 타락하면 “부처가 나오면 부처를, 조사가 나오면 조사를 죽여라”고 하면서 모든 권위와 환상을 거부하고 주체 스스로의 깨달음을 강조하는 선종의 ‘날이 시퍼렇게 선 화두’가 나타난다. 그런 선종이 다시 중생은 없고 ‘잘난 나’만 남으면 원효와 같은 스님이 “잘난 척 마라. 나무아미타불만 읊어도 극락은 간다”고 하며 치고 나온다. 그렇게 그렇게 흘러와 지금도 그 곳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온 몸을 땅바닥에 대며 절을 하고 있다.

절을 하는 사람들의 머리위에 펼쳐져 있을 란티엔(藍天)만큼은 아니지만 요즘 이 곳의 하늘도 일 년 중 가장 아름답고 푸르게 빛나고 있다.

이렇게 좋은 가을날, 이렇게 좋은 오늘

“멋진 꿈, 원대한 꿈 한번 꾸십시오. 꿈은 이루어집니다.”


이 약이 필요한 분은 댓글이나  contact를 통해 문의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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