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사진이 진짜웅담, 아래는 가짜웅담사진]
기원과 연혁: 곰과 동물, 흑곰의 건조시킨 담낭
채집: 겨울과 여름에 곰을 사냥한 후 바로 담낭을 제거하여 담낭입구를 묶고 붙어있는 기름덩이를 제거하여 바람이 잘 통하는 곳이나 석회항아리에서 건조시킨다. 혹은 살아있는 곰의 담낭에 구멍을 내고 호스를 달아 담즙을 흘러내리게 하여 채취하는 방법도 있다.
주요산지: 열대우림, 상록우림, 반상록우림등 다양한 삼림지대에 서식하고 있으며 서장의 경우 4000 미터이상의 한온대의 침엽수림에서 서식한다.
약성과 공효: 맛이 쓰며 약간의 단맛이 있는데 소화 후에 단맛이 더욱 난다. 성질은 차고 간, 담, 심경으로 들어간다. 중약 책에는 청열해독, 지경, 명목작용이 있다고 하고 장의약서적에는 항염, 진정, 진통작용과 담을 이롭게 하는 작용 및 담석을 녹이는 작용과 간을 보호하는 작용이 있다고 정리되어 있다. 항암제로도 자주 쓰임(예:사군자+웅담+우황+사향=선인탕),
용법: 0.5-1g 을 갈아서 직접 복용하거나 환제나 산제에 함께 넣는다. 고기와 곰의 뇌도 약으로 쓰는데 [정주본초]에 “곰고기는 정신병을 치료하고 곰의 뇌는 두창을 치료한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감별법:
1. 잘 녹는다. 물에 띄우면 서서히 녹으며 아래로 떨어지고 황색의 가느다란 선이 물 표면에서 바닥까지 한 줄로 생기는데 이것이 확산되지는 않는다.
2. 맛을 보면 입에서 아주 빨리 녹고 매우 쓰다. 하지만 끝 맛이 약간 달며 입에 끈적한 기운이 계속 남아 있으며 침을 돌게 한다
3. 웅담을 싸고 있는 지방의 색깔이 연한 황색을 띈다. 돼지나 개의 것은 회색에 가깝다.
4. 잘 깨어지고 냉동 보관 후에 상온에 두면 천천히 녹아내리는데 손에 붙지 않을 정도의 점성을 유지한다.
어릴 때 한번쯤은 곰하고 호랑이하고 싸우면 누가 이기는지? 조오련하고 물개하고 수영하면 누가 빠른지? 같은 내기를 한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어짜피 ‘네 이년’ (네이버)도 없던 시절이니 우기면 되는 그런 내기들이었다. 호랑이가 이긴다는 친구들이 많았다고 기억하는데 실은 곰이 이긴다는 걸 맹수들을 서로 가두어 놓고 싸우는 모습을 찍은 자연다큐를 보고 알았다. 때리기는 호랑이가 더 많이 때리는 데 문제는 매를 버티는 몸집에서 곰이 압도적으로 잘 버티었다. 열 방을 두들겨 맞고 한 방을 때렸는데 호랑이가 도망갔었다. 곰은 잘 참는다. 만약 곰이 참을성이 없었다면 우리 민족은 지구상에 생겨나지도 못했다. 참을성 많고 힘이 장사인 곰의 담, 쓸개 ‘웅담’이다.
춘추전국시대 때 월나라에 아버지를 잃은 오나라의 ‘부차’는 침대 대신 가시나무위에서 자면서 (누울’와’에 가시나무’신’-와신(臥薪)이다) 복수를 다짐했고 이러한 각고의 시간을 보낸 끝에 아버지의 원수 월나라 ‘구천’에게 복수를 한다. 복수에 성공한 부차는 구천을 죽이자는 신하들의 충고를 무시하고 “설마 가시나무에 누울 만큼 구천이 대단할까?”하며 3년 동안 구천을 종으로 부려먹고 난 후 놓아준다. 그 3년 동안 부차를 안심시키기 위해 구천은 중국 역대 4대 미녀중 하나인 애지중지하던 서시를 바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차후'(중국차 마실 때 쓰는 주전자)가 ‘서시’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어 나는 4대 미인중 ‘서시’가 제일 예쁘다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부차의 똥을 먹어가며 부차의 병을 진단하고 부차가 말을 탈 때는 엎드려 등을 대주고 영원한 속국이 되겠다고 맹세하여 부차를 안심시켰다.
그가 3년의 혹독한 종살이를 마치고 돌아와 부차의 가시나무 침대보다 더 강한 것으로 선택한 것이 웅담이다. 구천은 웅담을 침대 옆에 달아놓고 매일 혀로 핥으며 복수를 다짐하였다. 장장 20년을 웅담을 먹고 난 후 (맛볼 ‘상’, 웅담 ‘담’-상담(嘗膽이다) 마침내 복수에 성공하였다. 이것이 “와신상담”의 고사이다.
(뒷이야기)
1. 부차와 구천이 그리 원수를 지며 치고받고 하였으나 결국 천하는 진나라의 ‘영정’, 즉 진시황이 먹었다. 부차는 진시황보다 앞서 ‘일통천하’를 꿈꾸었으나 웅담 먹고 덤비는 구천에 의해 사라졌고 월나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멸망하였으니 예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일은 참으로 무상하다.
2. 패배를 당한 부차가 다시 복수를 하려고 웅담보다 쓴 물건을 백방으로 찾아 다녔으나 결국 찾지 못하여 “왜 더 쓴 맛은 없냐?” 고 하늘을 원망하며 자살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
3. 와신상담, 오월동주의 고사를 좀 더 자세하고 재미있게 알고 싶은 사람은 영화 ‘영웅’에서 진시황을 맡았던 천다오밍이 구천으로 나오는 중국 드라마 ‘와신상담’을 보라. 정말 인생이 징글징글하다. 개인적으로 한국, 중국의 이런 옛날 사람들의 인내와 복수의 스토리를 보면 성공 못해도 좋으니 그들을 닮고 싶지 않고 그냥 요새 말로 ‘쿨’ 하고 싶어진다. 혹시 드라마를 보신다면 내 중국친구가 말하길 천다오밍의 중국어 발음은 성우수준이라 했으니 말도 따라 해가며 보시기를…
웅담의 맛이 아주 쓰다는 것은 고사 속에 잘 나타나 있지만 의학을 하는 사람이니 다른 각도에서 승패를 분석해 보겠다. 구천이 웅담을 택한 것은 단순히 자극이 더 강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먼저 웅담은 패배의 치욕으로 가슴에서 머리끝까지 치솟아 오르는 열을 내리고 울화통을 삭힌다.(청열해독) 그리고 담과 간을 잘 다스려 눈을 맑게 한다.(이담명목) 이 때 명목은 시력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눈이 잘 보이고 귀가 잘 들리는 것이 ‘이총목명(耳聰目明)’ 즉 ‘총명’이다. 이렇게 해석하면 구천은 20년 동안 계속 총명해진 거다. 복수 후에 서시를 강에 던졌다던가, 혹은 신하 ‘범려’와 같이 멀리 보냈다던가 하여 ‘미인의 화’를 피한 것을 보면 총명해진 것이 어느 정도는 맞는 것 같기도 하다. 그 다음은 기미론의 관점에서이다. 웅담은 쓴맛이 강하다. 매일 쓴 맛을 보니 아무 음식을 먹어도 맛있고 소화도 잘 시키게 된다. 이것이 ‘황련’이 건비도 할 수 있다는 [내경]의 ‘쓴 맛은 위를 두껍게 한다”는 원리이다. 구천의 체질은 황련으로 건비를 할 수 있는 체질이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구천은 ‘와신’ 하며 관념적으로만 복수의 칼을 갈던 부차와는 격이 다른 ‘상담’을 택했고 이렇게 해석하면 그의 최후의 승리는 당연한 것이었다.
곰은 사람과 아주 가까운 동물이다. 단군의 어머니, 중국 팬더곰, 곰을 만난 후 친구를 두고 도망간 놈을 보고 “저런 놈은 친구도 아니니 사귀지 마라”고 한 옛 이야기속의 곰, 북극의 백곰, 지리산 반달곰, 고등학교 때 친구 흑곰, 칠성파 불곰, 아기곰 푸우, 아이들의 곰돌이 인형 … 이렇게 곰은 우리가 알아주든 몰라주든 인간의 일평생과 함께 한다. 앞발을 사람의 손을 쓰듯 사용하고 서 있는 것을 보면 꼭 무슨 말을 할 듯하다. 옛이야기 속에서 곰은 늘 말을 하는 존재로 나오며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곰을 시조로 하는 종족, 곰을 신앙대상으로 믿는 원시종교도 아주 많다. 맛있는 것을 기가 차게 잘 알아서 꿀을 엄청 좋아하고, 북극곰의 경우 그 싱싱한 싼원위(연어)회의 소문난 매니아이다. 개체수도 많고 분포지역도 아주 넓었다. 웅담을 얻으려고 벌어진 대학살과 전 지구적인 삼림환경파괴가 있기 전에는 사람들의 이야기 속 뿐만 아니라 저기 보이는 산의 숲 속에 실제로 살아있었다.
곰의 담이 왜 좋은가? 화학성분과 임상자료로 이미 답이 나와 있지만, 그래도 다시 전통적인 방법으로 약간만 분석해 보자. 때론 전통적인 방법이 현대과학보다 더 과학적이기도 하니까…
곰은 겨울이 되면 동면에 들어간다. 날도 차고 사냥감도, 먹을 거리도 사라진 겨울에 그 무거운 체구와 체온을 유지하기가 힘드니 차라리 잠을 택하는 것이다. 겨울을 지내려면 가을에 엄청 먹어 둬야 한다. 원래 잡식성이라 가리는 것이 도대체 없다. 배가 고프면 환장을 해서 온 산을 뒤집고 다닌다. 이때 걸리면 호랑이도 도망가고 사람도 잡아 먹는다. 그렇게 아무거나 먹으면 어디가 탈이 날 듯도 한데 곰이 배 아파서 뭘 못 먹는 일은 없다. 튼튼한 아래턱과 이빨, 얼굴을 혀로 비비면 얼굴가죽이 벗겨진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의 거의 쇠강판 수준의 혀, 강력한 위장근육과 수축 연동운동능력…. 꼭 하늘을 날아야 슈퍼맨이 아니다. 소화력에 관한한 곰이 울트라 슈퍼맨이다.
오만 잡동사니를 먹고 난 후 멋진 소화도구로 잘 부수고 갈아서 위장 속에 모아 놓으면 웅담이 저장하고 있던 쓸개 즙이 거기에 뿌려진다. 토끼도, 사슴도, 풀뿌리, 나무뿌리도, 연어, 돌덩이도 그냥 다 녹아서 영양분과 에너지로 저장된다. 이제 겨울잠에 들어도 된다. 이 사실을 아는 제약회사 사장이 자기 회사의 소화제를 “육식, 채식, 잡식 일체의 소화불량에 곰처럼 소화시키는 ‘베아제’ 라고 이름 붙였고 졸부들은 곰이 한번 되어보려고 불곰 잡아다가 철창에 가두어 놓고 옆구리에 구멍을 내어 호스를 담과 연결해 쓸개즙을 다 빼내 먹는 일이 벌어진다. 이렇게 인공으로 담즙을 끄집어 내어 약으로 쓰는 것을 ‘인류웅담’이라고 한다. 이런 걸 먹을 돈없는 월급쟁이는 술많이 마시고 피곤하면 곰을 그리워하면서 약방에 가서 웅담없는 스테미나 강장제 우루사를 먹는다.
웅담을 사람에게 약으로 쓰면 청열, 명목, 이담, 담석을 녹이는 작용 등이 나타나는데 그 작용이 기본적으로 곰의 몸에서 담즙이 작용하는 방향과 비슷한 것 같다.
구경하기도 어렵고 중국약전에서도 이미 삭제된 약재인데 감별법이 뭐 소용이 있으랴만 한 두 가지만 이야기 하면 먼저 햇빛을 향해 들어보면 보라색 혹은 검은색의 반투명 웅담사이로 햇볕이 은은히 들어온다. 나는 두꺼운 반투명 셀룰로이드가 담낭 안에 들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맛을 보면 쓰기는 쓴데 고삼이나 황련처럼 먹으면 비명 지르며 뱉어내는 쓴 맛이 아니라 먹을 만하고 끝 맛이 청량하고 목에서 단 맛이 아주 조금 느껴지는 맛이다. 나의 경우 가슴이 서늘해지고 눈이 맑아지는 기분도 들었다.
웅담 맛을 보다가 재미있는 일이 한번 있었다. 진짜 웅담을 만나기 전에 우연히 얻은 가짜 웅담(아랫사진)을 같은 중의사인 친구에게 “진짜 웅담이다”고 하며 맛을 보라고 한 적이 있었는데 가짜 웅담을 먹은 그 친구도 “맛이 쓰기는 쓴데 불쾌하지 않고 편안하다” 고 했다. “진짜 웅담이다”고 말하지 말고 줘볼걸 그랬나?
글의 서두부분에 있는 감별법은 교과서와 웅담을 써 본 선배 의사의 경험을 모아 정리해 놓은 것이니 참고하시라.
한 십여년 쯤 전에 나라에서 지리산에 반달곰을 방류한 적이 있었다. 등산객이 주는 음식을 잘 받아먹던 놈, 아예 세석산장옆에 자리를 틀고 앉은 놈들은 다시 동물원으로 돌려 보내지고 지금은 야생성을 회복한 몇 마리가 적령치에서 구례가는 사이의 계곡와 뱀사골계곡사이를 왔다 갔다하면서 살고 있다고 들었다. 혹 그들을 보더라도 절대 먹을 것을 주지마시라. 맛을 보면 사람들을 쫒아 온다. 작아도 곰은 곰이다. 일행이라도 있으면 다행이지만 만약 혼자서 산길을 가다가 곰을 만났다 생각해보라. 당신이 그런 상황을 만난다면 분명히 곰에게 먹이를 준 사람들을 저주할 것이다. 그러니 곰을 위해서도 당신을 위해서도 그들을 그대로 두라.
이쯤에서 마칠까 한다.
이 글을 통해 티벳의 카일라스와 지리산 반야봉, 북국의 얼음 위 혹은 옛 이야기 속에서 그동안 만났던 나의 곰들이 내게 했던 “나는 이제 멀리 간다. 한번가면 다시 오기 어려우니 웅담 구경들이나 해라” 는 인사를 당신들도 당신의 곰들에게 들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