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왼쪽의 녹송석이 가장 좋고 오른쪽으로 갈수록 품질이 떨어짐)
기원과 연혁: 송이석, 송석이라 불리기도 한다. 인산염류(燐酸鹽類)의 옥석(玉石), 광물명은 녹송석 혹은 터키석.
채집가공: 원 광물을 잘게 부수어 약물과 같이 하룻밤을 끓인 후 맑은 물이나 술에 넣어 끓이기를 반복하여 포제한다.
주요산지: 후베이(湖北), 티베트, 산시(陝西), 안후이(安徽), 신장, 이집트 등에서 생산된다.
약재감별: 크기와 형태가 일정하지 않고 여러 가지 모양의 덩어리 형태를 띄고 있다. 약간 투명하거나 불투명하고 그리 딱딱 하지 않다. 기본색은 천남색(天藍色)이고 철성분의 함유량에 따라 담록색, 옅은 녹색, 남록, 황록색 등 다양한 색깔을 나타낸다. 표면은 양초와 같은 광택이 나고 자외선 아래서는 약한 녹황색-비취형광색을, 편광현미경아래서는 무색이거나 엷은 남색 혹은 녹색을 뛴다. 자외선을 쬐면 녹황색 과 비취형광색을 띈다.(이상이 모두 감별법임)
약성과 공효: 기가 연하고 맛은 담담하고 떫다. 단 소화 후에는 쓰고 서늘하다.
공능과 주치: 소간해울, 청열해독, 간을 보호(護肝)하는 작용을 한다. 간의 열병과 각종 중독증, 눈질병 등에 사용한다.
용법: 3-6그램을 가늘게 갈아서 탕약에 넣어 복용하거나 환이나 산제에 넣어 쓴다. 녹송석, 빙편, 정향, 백단향, 웅담, 사향과 함께 분말로 만들어 하루 두 번, 매 번 1그 램 정도의 분량을 복용한다. 간병에 효과가 뛰어나다.[월왕약진]
중국인의 옥에 대한 사랑은 특별하다. 역대 황제는 옥 속에 거의 파묻혀서 평생을 살았다. 옥으로 만든 의자인 옥좌에 앉아 옥으로 만든 도장 옥새로 왕명을 내리고 금과 옥으로 만든 왕관을 쓰고 옥병풍에 가려서 옥 침대에서 옥 목걸이, 옥 팔찌를 차고 잤다. 이렇게 늘 옥과 함께 있다 보니 나중에는 몸까지 ‘옥체만강 하옵소서’의 ‘옥체’가 되었다. 황제의 물건 중 옥을 재료로 쓴 물건이 너무 많아 황제보다 더 높은 하늘의 황제에게는 더 해 줄 것이 없어 아예 이름에 옥을 집어넣어 ‘옥황상제’라 부르고 ‘옥토끼’를 옆에 붙여 같이 놀게 해주었다.
옛날 사람들만 옥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현대 중국인들도 옥을 아주 좋아한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길을 걸어가다 보면 열 명중의 한 명은 팔찌든, 목걸이든, 반지든, 진짜이든 가짜이든 옥 제품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정도이다. 한가지 더,세계에서 가장 좋은 질의 비취(옥의 한 종류인 경옥)가 미얀마에서 주로 생산되는데 미국이 미얀마를 독재국가로 분류한 후 미얀마 비취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실제 미얀마는 아무런 타격도 받지 않았다. 왜냐? 다른 나라가 미국 눈치 보느라 비취수입을 주저할 때 중국 상인들은 “미국이 뭐라고 했는데? 팅부똥(못 알아 듣겠다)”하며 미얀마의 비취를 사들였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옥시장도 뉴욕이 아닌 중국의 광조우에 있다.
옥玉의 세계에서도 세계는 2강체제이다. 미국과 중국,세계의 2강과 모두, 아주 가까운 대한민국은 자칫 잘못하면 바로 ‘미국의 똘만이’나 ‘중국의 속국’으로 전락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원래 똘만이 였잖아, 뭐 새삼스럽게… ”.이런 문제에 민감한 한 친구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 귀에 들리는 듯하다. 그 친구에 비해 전문성은 떨어지지만 한마디 하면, “대세는 어짜피 2강간의 힘의 대결이 결정한다. 그러나 자신이 포함된 문제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주도권과 창의력을 발휘하는 ‘존재감 있는, 작지만 실속 있는 나라’가 되느냐 ‘똘만이 나라와 속국’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느냐의 차이는 매우 크며 우리는 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가만히 있으면 ‘똘만이속국’이 되는 것이고 그게 화가 나서 ‘우리가 대세다’고 허풍떠는 것 역시 마늘, 배추,소고기 중 한 종목만으로도 종종 케이오패하는 우리로서는 좋을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옥으로 돌아가자. 옥을 좋아하는 나라가 중국만은 아니다. 고대 이집트에서도 옥은 신비한 물건으로 받들어졌고 그 중 파란색을 띈 옥, ‘푸른돌’은 죽은 사람을 썩지 않도록 하고 산사람을 지혜롭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까지 믿어졌다. 유럽에서도 터키를 통해 건너온 아시아의 이 파란 빛깔의 광석을 ‘터키석’이라 부르며 귀한 보석으로 대접해왔다. 우리나라 사람도 역시 옥을 많이 좋아했다. 상고시대 동북아시아의 유적에서는 늘 옥으로 만든 장식품이 발견되고 있고 신라나 백제의 왕관이나 왕족의 장신구에 달려있는 옥은 그 가공기술이 당대 최고 수준이다. 경주나 부여 박물관의 옥 장신구를 보면 정말 옥의 티를 찾기 힘들 정도이다. 현대 한국인도 옥을 좋아한다. 나도 미국으로 간 친구가 주고 간 옥매트 덕분에 등을 지근지근 지지며 겨울을 난다. 그런데 내 전기 장판의 옥은 가짜인 것 같다. 지혜는 커녕 누우면 바로 잠이 오고 사람을 게으르게 하고 공부를 멀리하게 한다.
옥은 크게는 중국의 후난, 서장, 미얀마가 주생산지인 딱딱한 경옥과 신장과 대만, 뉴질랜드의 연옥으로 나누어진다. 중국에서는 예로부터 산지에 따라 화전옥, 유암옥, 독산옥과 녹송석의 4대 명옥(名玉)이 전해져 내려왔다. 그중 녹색, 혹은 남색의 옥이 오늘 약재여행의 주제인 ‘녹송석’이다. 중국뿐 아니라 세계의 관광지와 도시의 보따리 장사꾼들이 있는 거리에는 녹송석으로 만든 목걸이 반지 팔찌 귀걸이 등이 넘친다. 뭐, 말씀드리지 않아도 아시겠지만 어떤 제품은 물에 넣으면 바로 파란물감이 나오고 힘을 주어 누르면 부숴질 정도로 노골적인 가짜다. 푸른 색이 선명하고 돌의 질감이 좋고 광택이 나며 재질이 딱딱할수록 고급품이다. 가짜가 많은 것이 때로는 진짜를 더 빛나게 한다. 실제로 진짜 녹송석은 옛사람들이 이야기 해왔던 그런 신비한 효과를 지니고 있고 그래서 티베트 의학에서는 일찍부터 이 신비의 돌을 약으로 써 왔다.
길거리에 파는 흥정하기 나름인 자유가격의 녹송석만 알다가 서장에서 녹송석과 산호를 가득 쌓아놓은, 돌만 전문으로 파는 상점에서 1그램에 20위엔을 지불하고 목걸이를 하나 만들었다. 아주 작은 조약돌만한 녹송석 하나로 목걸이를 만들었는데 금방 100위엔(만칠천원)을 넘어갔다. 목걸이를 살 때는 녹송석의 색깔이 거리에서 파는 것 보다 광채가 있고 파란색이 아름답게 보여 샀는데, 사고 나서 설명서를 보면서 가게 주인에게 물었더니 녹송석은 갈아서 약으로도 쓰고 목에 차고 있기만 해도 소간해울, 청간열과 해독작용을 한다고 하였다. “쩐더마?(정말이냐)” “장주부후이사황(장족은 거짓말은 않는다)”
삼년전 우루무치에서는 “이슬람교도는 거짓말 못한다.”는 말에 한번 속았는데 ‘에이 한번 더 속아주자.’
그렇게 귀가 얇은 나는 거금을 투자하여 가족 수 만큼의 목걸이를 샀고, 가정의 평화를 위해 가족 구성원에게 모두 하나씩 돌렸다. 그리고 집안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간다 싶으면 수시로 “녹송석 목걸이는 잘 차고 있냐?”고 확인하곤 한다. 그 덕분인지 아무튼, 가장이 못난 정도에 비해서는 아이들이 아직까지는 아빠의 거짓말에 잘 속아주고 집안에 분쟁이 적은 편이다.
보통 금석류의 약은 본초약 분류에 따르면 무겁고 성질이 차고, 독성이 있거나 소화가 잘 안되기 때문에… 안신제나 외용제에 주로 배속되어 있다. 이에 반해 녹송석은 소간해울, 청열해독의 공효를 지니고 있어 중약분류에 따라 배속하면 석고와 같은 청열제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만약 녹송석이 간열을 내리고 간을 보호하는 약이라 하면 그동안 소개한 약 중 호간명목, 식풍지경의 ‘웅담’ 을 같이 쓰면 효과가 더욱 극대화되는 환상의 조합이 될 것 같은데…” 라고 상상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약으로 한번도 써보지 않은 우리도 이렇게 생각하는데 오래전부터 녹송석을 약으로 써오던 티베트 사람들이 그 걸 생각 안 했을 리 없다. 상상과 같이 이들을 배합하면 명약이 나온다. 이 배합을 이용한 약이 바로 글의 서두에 나오는 [월왕약진]의 간병을 치료하는 산제이고 그것이 기본이 되어 또 하나의 서장명약 “25미송석환‘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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