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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때문에 마음고생이 많았다 – 영지(2)

영지 2편을 준비하는 사이에 대한민국 국정원이 인도네시아 특사단의 숙소를 ‘뻘건 대낮’에 들어갔다가 공작도 실패하고 망신만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제 버릇은 못 버리고,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표어는 버린 데 이유가 있다고 본다. 누가, 무엇이? 그들에게 “양지에서 활동해도 별 문제 없다고 했는지?” 가 궁금하다.

각설하고 여전히 음지를 지키고 있는 버섯계로 다시 들어가자. 영지버섯은 항암효과가 비교적 뚜렷하다고 알려져 있고 항암약재로도, 일반 건강식품으로도 사람들이 많이 복용하는 약이다. 약으로 사용되어온 역사도 오래되었다. 고산지역에서 소량이 생산되는 까닭에 옛날부터 신비한 약으로 받들어져 왔고 진시황 말고도 장생불사를 바라는 도사들에게 발탁되어 신선이 되려면 반드시 먹어야 하는 약으로 과대포장 되어 왔다. 중화본초학의 영웅 이시진이 [본초강목]에서 “도사들이 영지를 신선의 약이라는 등 이상한 소리를 자주 하는데 그게 다 근거가 없다”고 본격적으로 비판하기 전에는 아주 잘 나갔던 물건이었다.

그러다가 현대에 이르러 항암효과, 성인병예방, 면역력제고 등의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다시 각광을 받는 추세이다. 한국, 중국, 일본 모두에서 연구와 재배, 제품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좀 더 자세히 이런 효과가 왜 있는지를 분석해보자. 영지를 포함한 버섯류를 분석한 연구자료를 보면 대체로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항산화작용을 하는 성분, 효소와 비타민 등의 영양소, 섬유질이 풍부하며, 항종양활성성분인 베타글루칸이 들어있다. 그래서 변비에 좋고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혈당을 조절하는 등 성인병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주며 몸의 기능을 좋게 하며 노화와 암등에 대한 인체의 저항력을 길러준다.”

현대약리분석을 보면 버섯류의 약재가 인체에 좋은 작용을 한다는 것은 충분한 근거가 있다. 그렇지만 그것이 특정암을 치료한다든지, 다른 약과 완전히 구별되는 특별한 효과가 있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 소위 말하는, 항암효과 역시 직접 암세포를 없애는 것이 아니고 면역력을 높여서 악성종양에 대항하는 힘을 길러주는 작용이다. 이러한 효과는 다른 식품이나 약재에도 많이 있다. 그러므로 영지나 상황, 차가버섯 등을 주된 약으로 써서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선전은 장사꾼의 말이지 의사의 말은 아니다. 동충하초의 경우 북경 광안문의원의 연구에 따르면 직접 암세포를 없애는 작용을 하는 성분이 있다는 보고가 있다. 광안문의원의 주요 암처방에 동충하초가 들어있고 한국에도 이러한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허나 이 역시 어떤 원리로 얼마만큼의 효과가 있는지가 보다 분명히 규명되어야 한다.

영지버섯은 암의 특효약이라기보다는 성질이 무난하여 꾸준하게 먹을 수 있는 보조치료제나 건강식품으로 보는 것이 맞다는게 내 의견이다.

나의 경우, 얼마전에 쓰고 차가운 성질의 약재가 들어간 탕약을 먹으면 바로 설사를 하는 환자에게 영지를 사용해 본 적이 있었다. 그 환자의 당시 증상이 허로증을 겸하고 있다고 판단하여 영지와 대추 생강을 같이 달인 물을 보조약으로 써보았는데 설사가 멎고 탕약을 먹는데 불편함이 없었던 경험이 있다. 그 후에 지앙수성江蘇省의 임상연구사례집에 영지를 써서 비위기허로 인한 위장병을 치료한 사례가 실려 있는 것을 보면서 내 방법이 ‘나름은 타당했구나’ 했던 기억이 있다.

역대의가들이 누차 말해 왔듯이 진정한 의가는 숨겨둔, 뭔가 특별하고 비싼 비방으로 치료하는 것이 아닌 올바로 변증하여 그에 상응하는 방약으로 치료한다. 특별한 효과가 있는 약재가 있다고 해도 의가의 이법방약理法方藥 안에서 사용될 때 비로소 약이 된다.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야 너는 의미가 된다.”

영지버섯이 주로 발견되는 곳은 산지의 높은 능선주변, 습하지 않고, 물 빠짐이 좋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이다. 세계 각 지의 산간지역에 고루 분포하고 있다. 야생과 재배 영지는 생김새부터 다르다. 재배영지는 비교적 크고 색깔이 진하고 잘 생긴 편이고 야생영지는 울퉁불퉁하고 못 생겼다. 물론 효과는 야생영지가 좋다. 10년, 20년 이상 오래된 야생영지의 효과는 성장과정에서 주요 약 성분이 농축되어 효과가 엄청나다고 한다. 비싼 값을 지불하고서라도 먹겠다는 사람이 한중일 삼국에서 모두 줄을 서있는 것을 보아도 뭔가 있기는 있는 모양이다.

야생영지 감별에 대한 몇 가지 기준은 다음과 같다. 오래된 영지일수록 맛이 단맛보다는 쓴 맛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같은 크기라면 더 무겁고 딱딱한 것일수록 상품이다. 그리고 영지에 새겨져 있는 연륜이 많을수록, 색이 진하고 광택이 날수록 좋은 영지이다.

다른 버섯 몇 가지를 같이 짚고 넘어가자. 상황은 뽕나무에 기생하는 버섯이다. 자루가 없고 버섯이 영지에 비해 더 노랗다. 버섯의 아래쪽은 융단같이 생겼고 기둥은 없으며 입술모양 같이 나무에 달려있다고 수설樹舌이라고도 한다. 소화기 계통의 암과 각 종 질병 및 부인과 질환에 효과가 좋다고 한다. 오래 자라면 갈색, 담황색으로 변하고 재질도 딱딱하게 변한다. 중국에서 많이 접할 수 있는 동북산 상황버섯은 모두 양식재배품이다. 만약 장사꾼들이 “야생이고 좋은 것일수록 노랗고 물렁하다”고 하면 귀싸대기를 한방씩 날려도 된다.

겉모습이 노루궁뎅이와 비슷하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노루궁뎅이버섯은 식용과 약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뇌에 좋은 성분이 많아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고, 위염, 위궤양, 식도염 등 위장질환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요즘 들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 차가버섯은 자작나무에서 자라는 버섯으로, 나무의 표면으로 돌출되어 나온 이후 15∼20년 동안 성장한다. 시베리아와 북아메리카, 북유럽 등 북위 45도 이상 지방에서 생산된다. 러시아에서는 20세기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하여 암과 성인병 치료효과가 인정되고 있다고 한다. 15년 이상의 버섯으로, 두께가 10㎝ 이상, 수분 함량 14% 이하, 60℃ 이하에서 건조된 1등급만 약용으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폐기하거나 차로 끓여 먹는다. 버리는 것을 모아서 암특효약으로 파는 약장사들도 많다. 버섯류에 공통되는 여러 가지 물질이 들어 있는데, 다른 버섯에 비해 베타글루칸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라사의 약재거리에서 영지를 살 때 “너희들은 어떻게 영지를 쓰냐?” 고 물었더니 약으로 쓸 때는 갈아서 한 숟가락씩 퍼먹고 그보다는 주로 탕을 끓일 때 다른 재료와 같이 넣어 먹는다고 하였다. “아하, 느타리버섯 송이버섯과 같이 뒷산에서 운 좋게 따와서 가족이 같이 먹던 버섯이구나”하며 혼자 썩은 미소를 지었었다. 라면에 동충하초를 넣어 먹는다는 운남의 예와 같은 상황이다.

영지와의 어린 날의 추억에 대해서이다.

영지버섯도 전통의학도 아무것도 몰랐던 중학생 때쯤의 이야기이다. 팔공산에 사시던 가까운 친척이 암에 걸려 밭일을 못해서, 가서 일을 좀 해준 적이 있었다. 그때 밭을 고르면서 옆쪽 산기슭의 고목 밑동에 커다란 버섯이 하나 붙어 있는 걸 발견하고 먹을 수 있는 버섯 같아서 가지고 내려 왔었다. 친척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가게에 들려 사이다를 한 병 마시면서 가게 아줌마와 노닥거리고 있었는데 아줌마가 그 버섯 어디서 났냐고 하여, 밭 옆에서 캐었다고 했더니 자기가 쓸 데가 있으니 팔라고 하였다. 그렇게 그 버섯을 사이다 몇 병과 과자부스러기, 부추파전과 바꾸고 집으로 가져가 친척과 같이 맛있게 먹었었다. “네가 무슨 돈이 있다고?” “ 배도 고프고 출출해서 여기올 때 엄마가 준 용돈으로 좀 사왔심다.”

훗날 그 친척이 병원에 입원해 계실 때 병원에서 사진이 같이 있는 ‘기적의 암치료-영지버섯’ 스티커를 보면서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던 적이 있었다. 그 뒤로 또 어느 책에서 “사람에게 병을 주신 하느님은 그 사람이 살고 있는 곳에 약도 준다.” 는 글을 읽으면서 또 한번 나의 부족함과 철없음에 마음이 아팠었다. 사람도 영지도 다 떠나간 지금, 무슨 할 말이 있을까마는, 그냥 언젠가 내가 오를 산의 어느 능선에서 곱게 피어있는 영지버섯을 만나는 날이 오면 영지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고싶다.

‘너 때문에 마음고생 많이 했다’

버섯을 나누는 또한가지의 기준이 독버섯과 식용버섯이다. 여기에 대해서 ‘반 에덴’이라는 사람이 쓴 동화가 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길섶에 있는 버섯을 가리키며 ‘이게 독버섯이다’라고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독버섯이 충격을 받아 쓰러지자, 옆에 있던 친구 버섯이 위로하였다. ‘그건 사람들이 하는 말일 뿐이야. ‘식탁에 오를 수 없다, 먹을 수 없다’는 자기들의 논리일 뿐인데 왜 우리가 그 논리를 받아들여야 하는 거지?”

독버섯이란 사람이 먹을 때 나타나는 반응을 기준으로 나눈 개념이다. 그러니 버섯의 입장에는 ‘독버섯’이란 사이좋게 잘 지내는 저희 동료들을 이상한 것들이 와서 독이 있니, 없니 하며 가르는 헛소리일 뿐이다.

버섯에게는 버섯의 삶의 의미가 있으며, 제 스스로 그러하다.

그 의미를 품고 그들은 오늘도 그늘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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