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의 길, 그 근원과 도덕성을 묻다: 근구박채(勤求博采)와 후덕제생(厚德濟生)

의술은 단순히 기술을 익히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한 생명을 다루는 행위인 만큼, 그 밑바닥에는 깊은 학문적 탐구와 타인에 대한 묵직한 책임감이 함께 자리 잡아야 한다. 북경중의약대학교의 교훈인 ‘근구박채(勤求博采) 후덕제생(厚德濟生)’은 바로 이러한 의학의 본질과 의료인이 가져야 할 평생의 과제를 가장 명쾌하게 담아내고 있다.

이 여덟 글자가 품은 의미를 따라가다 보면, 오늘날 우리가 지식과 기술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깊은 성찰을 마주하게 된다.

부지런히 구하고 널리 채집하라: 근구박채(勤求博采)

‘근구박채’는 학문을 향한 치열하고도 유연한 태도를 뜻한다.

 근구(勤求)는 후한 시대의 의성(醫聖) 장중경이 《상한론》 서문에서 강조한 정신에 닿아 있다. 그는 의술을 부지런히 탐구하지 않으면 위급한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결정적인 순간에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한다고 경고했다. 지식은 가만히 앉아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파고들어야만 비로소 내 것이 된다는 뜻이다.

 박채(博采)는 한 가지에만 갇히지 않는 시선의 확장이다. 의학이나 어떤 학문이든 편협한 시각에 사로잡히는 순간 오류를 범하기 쉽다. 고금의 문헌을 두루 살피고, 책 속의 이론뿐만 아니라 현장의 민간요법과 다양한 경험까지 넓게 채집하여 수용하는 유연함이 필수적이다.

배움에 게으르지 않고(勤求), 편견 없이 세상의 지혜를 모으는 것(博采). 이것이 실력 없는 인술이 위험한 이유이자,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첫 번째 이유다.

깊은 덕으로 생명을 건지다: 후덕제생(厚德濟生)

그러나 지식과 기술이 아무리 탁월해도 그 방향성을 잡아줄 도덕성이 없다면 칼을 쥔 것과 다르지 않다. ‘후덕제생’은 그 기술이 향해야 할 궁극적인 목적지를 가리킨다.

 후덕(厚德)은 대지의 넓고 깊은 성품처럼 모든 것을 품어 안는 두터운 덕성을 의미한다. 남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여기는 공감 능력과 인품이 먼저 완성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제생(濟生)은 그 덕행을 바탕으로 세상의 모든 생명을 건지고 이롭게 하는 실천이다.

의술의 목적은 명예나 부가 아니라 오직 생명을 살리는 데 있다. 덕이 바탕이 되지 않은 기술은 폭력에 가깝고, 기술이 받쳐주지 않는 덕은 공허하다. ‘후덕’과 ‘제생’은 수레의 양 바퀴처럼 함께 나아가야 한다.

오늘날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

‘근구박채’와 ‘후덕제생’은 비단 의학을 업으로 삼는 이들에게만 유효한 금언이 아니다. 급변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삶을 대하는 거울이 된다.

우리는 얼마나 치열하게 공부하고(勤求), 얼마나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받아들이고 있으며(博采), 타인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책임감(厚德)으로 우리의 행위를 채우고 있는가(濟生). 북경중의대의 이 짧은 교훈은 지식과 도덕이 분리될 수 없음을, 그리고 진정한 성취는 그 둘이 만나는 지점에서 비로소 피어난다는 진리를 조용히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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