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은 수시로 감기와 오한, 원인을 알 수 없는 몸살 기운과 만성적인 근육통을 겪는다. 조금만 피로하거나 찬 바람을 맞으면 목 뒤가 뻣뻣하게 굳어오고, 열이 오르내리며 온몸이 마디마디 쑤셔온다. 사람들은 이를 단순한 ‘초기 감기’나 ‘면역력 저하’로 치부하며, 소염진통제나 해열제를 삼켜 증상만을 급하게 눌러버린 채 다시 바쁜 일상으로 자신을 내몰아친다.
그러나 서양의학이 바이러스의 침입과 염증 반응이라는 분자생물학적 수치에만 매몰되어 있을 때, 후한(後漢) 시대의 장중경(張仲景)이 집대성한 《傷寒論(상한론)》은 외부의 찬 기운(寒邪)이 인체의 가장 외곽 방어선을 부수고 들어오는 치열한 전쟁의 첫 번째 관문인 ‘태양병(太陽病)’의 경련을 선명하게 포착해 내었다.
太陽之爲病 脈浮 頭項強痛 而惡寒(태양지위병 맥부 두항강통 이오한)
《傷寒論(상한론)》 제1조는 태양병의 정체와 대원칙을 단 12자로 명확히 선언한다.
“太陽之爲病, 脈浮, 頭項強痛, 而惡寒(태양지위병, 맥부, 두항강통, 이오한)” 태양병이 됨은, 맥이 위로 떠오르고(脈浮), 머리와 목 뒤가 뻣뻣하게 아프며(頭項強痛), 찬 바람을 싫어하여 덜덜 떠는(惡寒) 것이다.
족태양방광경(足太陽膀胱經)과 수태양소장경(手太陽小腸經)으로 이루어진 태양경(太陽經)은 인체의 후면 전체를 에워싸고 있는 가장 거대한 외성(外城)이자 방어막이다. 장부로 치면 온몸의 표피를 주관하는 위기(衛氣)의 최전방 전선이다.
외부의 매서운 한기(寒氣)가 몸에 침범하면, 인체의 정기(正氣)는 이 사악한 기운을 밖으로 밀어내기 위해 피부 표면으로 거세게 몰려든다. 맥이 겉으로 바짝 떠오르는 부맥(脈浮)이 나타나는 이유다. 그러나 방어선이 뚫려 한기에 덜미를 잡히면, 방광경이 지나가는 뒷목과 머리의 혈관과 근육이 얼어붙듯 수축하면서 목 뒤가 뻣뻣하게 굳고(頭項強痛), 몸은 체온을 빼앗기지 않으려 오한(惡寒)의 경련을 일으키게 된다.
桂枝湯(계지탕)과 麻黃湯(마황탕): 표위(表位)의 사기를 밖으로 쫓아내는 지혜
태양병의 단계는 인체의 정기와 한사의 싸움 양상에 따라 크게 중풍(中風)과 상한(傷寒)으로 나뉜다.
- 땀이 나며 바람을 싫어하는 태양중풍(太陽中風): 위기(衛氣)가 허물어져 피부 구멍이 열리고 땀이 새어 나갈 때는 계지(桂枝)와 작약(芍藥)으로 양기를 북돋우고 영위(營衛)의 조화를 맞추어 한사를 차분히 밀어내야 한다.
- 땀이 나지 않고 온몸이 쑤시는 태양상한(太陽傷寒): 한사가 피부 구멍을 꽉 막아 땀이 나지 않고 극심한 통증이 밀려올 때는 마황(麻黃)과 계지로 땀구멍을 강제로 열어 단숨에 한사를 밖으로 뿜어내야(發汗) 한다.
소염진통제로 억지로 열만 내리고 땀구멍을 닫아버리면, 밖으로 쫓겨나야 할 한사가 몸속 깊은 곳으로 숨어들어 훗날 난치성 만성 질환의 씨앗이 된다.
외성을 굳건히 하고 한사를 물리쳐라
《상한론》 육경변증(六經辨證)의 첫 번째 관문인 태양병은 내 몸의 겉면을 지켜내는 최전방의 전투다. 몸이 보내는 오한과 목 뒤의 뻣뻣함이라는 첫 번째 경고음을 무시하지 않고, 따뜻한 온기로 땀을 내어 한사를 밖으로 털어낼 때, 당신의 몸은 오장육부가 유린당하는 비극을 미연에 방지하고 온전한 생명의 주도권을 지켜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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