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시(卯時)의 맑은 배설을 통해 몸속의 탁한 찌꺼기를 말끔히 비워내고 나면, 시계 바늘은 아침 7시를 가리킨다. 하루의 열두 시진(十二時) 중 다섯 번째 관문이자 생명의 수레바퀴가 본격적으로 굴러가는 진시(辰時, 아침 7시~9시)의 문이 열린다. 자연계가 따스한 아침 햇살을 받아 만물을 소생시키듯, 인체의 우주 역시 왕성한 불길을 지펴 하루를 살아갈 에너지를 받아들이는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그러나 현대인들의 진시는 이 거룩한 영양의 수용과는 거리가 멀다. 아침 거울 앞에서 허겁지겁 영혼 없는 발걸음을 옮기며 아침밥을 ‘거추장스러운 일’로 치부한다. 간신히 입에 넣는 것은 달달한 빵 조각이나 카페인 가득한 커피 한 잔, 혹은 편의점의 차가운 인스턴트 음식이다. 위장을 차가운 화학 물질로 후벼파며 생명의 근원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셈이다.
서양의학은 아침 식사를 ‘기초대사율을 높이고 포도당을 공급하여 뇌 기능을 활성화하는 생리적 기전’이라 설명한다. 그러나 《黃帝內經(황제내경)》은 이 아침의 식사를 단순한 열량 보충을 넘어, 하루의 후천지본(後天之本)을 세우는 가장 숭고한 섭생의 성전으로 바라본다.
胃經(위경)의 시간: 후천의 기혈을 빚어내는 바다
진시는 하루의 열두 시진 중 족양명위경(足陽明胃經)이 가장 왕성하게 주관하는 시간이다. 《素問(소문)》 靈蘭秘典論(영란비전론)에서는 위(胃)의 지위를 이렇게 명시한다.
“胃者 倉廩之官 五味出焉(위자 창름의관 오미출언)” 위는 곡식을 쌓아두는 창고와 같은 관직이며, 인체의 온갖 맛과 영양이 이로부터 나온다.
오장육부의 바다이자 후천의 기혈을 만들어내는 원천이 바로 위장이다. 하루 중 위경의 기운이 가장 힘차게 요동치는 진시에 어떤 음식을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온몸의 세포가 먹고살 후천의 정기(精氣)의 질이 결정된다.
그러나 이 소중한 시간에 차갑고 가공된 음식이나 자극적인 화학 물질로 위장을 채우거나, 아예 굶어서 위장의 거대한 창고를 텅 비워두는 이들은 어떻게 되는가. 위장이라는 밭이 척박해지니 기혈이 만들어지지 않고, 몸의 중심축인 비위(脾胃)가 무너지며 온종일 피로와 무기력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게 된다. 아침을 거르는 것은 곧 하루 동안 쓸 에너지를 미리 차단하는 셈이다.
水穀之海(수곡지해): 밥이 곧 약이 되는 경전의 가르침
《素問(소문)》 厥論(궐론) 및 여러 편모에서는 위장을 일컬어 ‘수곡의 바다(水穀之海)’라 하였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기와 혈, 그리고 육체적 활력은 오직 이 수곡의 바다로 들어오는 따뜻하고 정미로운 음식물에서 비롯된다.
진시의 섭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가 아니다. 밤새 차갑게 식어 있던 위장의 불씨를 따뜻하고 맑은 곡기로 부싯돌처럼 지펴 올리는 거룩한 의식이다. 지나치게 맵고 짜거나 기름진 탁한 음식은 위장을 태우고 담음(痰飮)을 만들지만, 맑고 따뜻한 곡식의 기운은 오장육부에 생명의 물길을 골고루 틔워준다. 밥이 곧 약이라는 ‘식약동원(食藥同源)’의 진리가 가장 완벽하게 구현되는 시간이 바로 이 진시의 아침이다.
진시의 섭생을 바로 세우는 길
위경의 문이 열리는 이 아침의 시간을 내 몸의 든든한 방어벽으로 삼는 고전의 지혜는 명쾌하다.
- 첫째, 따뜻하고 정미로운 곡기로 채우기: 차가운 음료나 빵 조각으로 위장을 놀라게 하지 말라. 진시에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죽이나 맑은 국물, 정성스레 지은 곡식의 밥상으로 위장의 창고를 채워야 한다.
- 둘째, 천천히 씹어 맛의 근원을 느끼기: 음식을 급하게 삼키면 위장의 기운이 얹히고 맑은 영양이 온전히 흡수되지 못한다. 오롯이 맛을 느끼며 씹는 행위는 위경의 경락을 부드럽게 마사지하는 최고의 양생이다.
후천의 기둥을 세우는 시간
아침 진시는 생명의 창고를 열어 하루의 에너지를 쌓아 올리는 위대한 출발점이다. 척박한 쓰레기로 창고를 더럽히거나 아예 문을 닫아걸던 어리석음을 끊어내고, 따뜻한 곡기의 온기로 후천의 기둥을 바로 세울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건강한 하루가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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