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학이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기(氣)’와 ‘음양(陰陽)’만을 다룬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고전의 절반만 본 것입니다. 수천 년 전 쓰인 《황제내경(黃帝內經)》 영추 제13편 ‘경근(經筋)’은 뼈와 관절을 단단히 붙잡고 인체를 움직이게 하는 실체적이고 물리적인 근육과 근막의 네트워크, 즉 우리 몸을 묶고 있는 ‘밧줄’에 대해 매우 정교하게 논하고 있습니다.
이 정교한 인체 물리학은 오늘날 스트레스와 긴장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묵직한 세 가지 철학적 화두를 던집니다.
첫째, 마음이 차가워지면 몸의 밧줄도 굳어버립니다.
《황제내경》은 근육에 생기는 병의 근본 원인을 명쾌하게 가릅니다.
“한사(寒邪)로 인한 것은 굽어지고 구련(拘攣)되며, 열사(熱邪)로 인한 것은 늘어져 거두어들이지 못한다.”
추운 겨울에 몸이 저절로 웅크려지듯, 차가운 기운은 우리 몸의 밧줄을 팽팽하게 조이고 수축시킵니다. 여기서 말하는 ‘한사(차가운 기운)’는 비단 한겨울의 칼바람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두려움, 불안, 과도한 긴장, 그리고 타인과의 단절에서 오는 심리적 한랭(寒冷)이야말로 현대인의 경근을 굳게 만드는 가장 무서운 한사입니다.
종일 모니터 앞에서 둥글게 굽어버린 등, 굳어버린 승모근, 꽉 깨문 턱관절은 단순히 자세가 나빠서 생기는 현상이 아닙니다.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어떻게든 버텨내려 잔뜩 움츠러든 내면의 차가움이 몸의 밧줄을 옭아맨 결과입니다. 굳어버린 몸을 풀려면, 먼저 내 삶에 스며든 차가운 긴장을 거둬내고 따뜻한 온기(이완)를 불어넣어야 합니다.
둘째, 드러난 현상 이면의 얽힘을 보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 굳어버린 밧줄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경근 편은 인체의 밧줄이 단순한 일직선이 아니라, 거대한 그물망처럼 교차하고 얽혀 있음을 경고합니다.
“왼쪽 모서리 처소의 근이 손상되면 오른쪽 발을 능히 활동하지 못하게 일으키는데, 이러한 상황을 일컬어 유근상교(維筋相交)라 한다.”
왼쪽 머리를 다쳤는데 오른쪽 발이 마비됩니다. 인체의 그물망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좌우로 교차하며(상교)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오른쪽 발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서 오른쪽 발목만 주무르고 있다면 평생 그 병을 고칠 수 없습니다.
우리의 삶도 이와 같습니다. 지금 나를 괴롭히는 직장 문제의 진짜 원인이 실은 가정에서의 불화(불통)에 있을 수 있고, 원인 모를 만성 피로가 사실은 오래전 외면했던 내면의 상처 때문일 수 있습니다. 눈앞에 드러난 통증(현상)에만 매몰되지 않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를 잡아당기고 있는 반대편의 밧줄(본질)을 찾아내는 통찰력. 그것이 바로 ‘유근상교’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지혜입니다.
셋째, 머리가 아닌 몸의 비명에 귀 기울이고 단호하게 끊어내십시오.
얽히고설킨 원인을 찾았다면, 이제 결단을 내릴 차례입니다. 고대의 훌륭한 의사들은 경근의 병을 치료할 때 복잡한 이론이나 정해진 혈자리를 고집하지 않았습니다.
“병이 있는 부위의 통증점(痛點)을 수혈로 삼는다(이통위수, 以痛爲輸). 치료에는 화침(火針)을 쓰되, 신속한 수법을 사용한다.”
가장 아픈 곳, 눌렀을 때 몸이 비명을 지르는 바로 그곳(아시혈)이 치유의 출발점입니다. 머리로 짐작한 이론보다, 내 몸이 고통을 호소하는 생생한 현장이 훨씬 더 정확합니다.
그리고 치료할 때는 불에 달군 침(화침)을 찔러 넣고 미련 없이 신속하게 빼냈습니다. 굳어버린 근육의 매듭을 풀고 삶의 악순환을 끊어내는 데에는 머뭇거림이 없어야 합니다. 통증의 원인을 마주했다면, 화침을 찌르듯 빠르고 단호하게 결단해야 합니다. 질척이는 미련은 병을 더 깊게 만들 뿐입니다.
내 몸의 어느 곳이 당기고 아프십니까? 그것은 당신의 육체가, 그리고 당신의 삶이 보내는 절박한 구조 요청입니다. 차가워진 내면을 따뜻하게 데우고, 눈에 보이지 않는 얽힘을 직시하며, 가장 아픈 곳을 찾아 단호하게 결단하십시오. 묶인 밧줄을 스스로 풀어낼 때, 비로소 우리의 삶은 다시 유연하고 자유롭게 흐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