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怒)로 간을 태우고, 쾌락(喜)으로 심장을 흔들며, 생각(思)으로 비장을 묶고, 슬픔(憂)으로 폐를 말리며, 두려움(恐)으로 신장의 뿌리를 쳐낸 뒤, 현대인들의 몸은 비로소 사방이 무너진 폐허가 된다. 사람들은 병원에 찾아가 혈액 검사를 하고 MRI를 찍으며 장부의 이상을 찾으려 애쓰지만, 수치상 나타나지 않는 '원인 불명의 만성 피로', '자가면역 질환', '신경성 통증'이라는 진단명표를 받곤 좌절한다. 그러나 《黃帝內經(황제내경)》의 관점에서 현대인이 앓고...
夏三月 蕃秀(하삼월 번수): 여름철, 만물이 무성히 피어나듯 내 안의 양기를 밖으로 남김없이 발산하라
봄날의 싹이 땅을 뚫고 올라온 기운을 받아 대지가 녹음으로 짙어지면, 온 세상은 바야흐로 뜨거운 태양 아래 생명의 정점을 향해 치닫는다. 그러나 현대인들의 여름철 풍경은 이 찬란한 생명의 피어남과는 완전히 거꾸로 간다. 밀폐된 공간에서 하루 종일 차가운 에어컨 바람을 쐬고, 얼음 가득한 음료를 위장 속으로 쏟아부으며, 냉방병과 냉통, 이유 없는 만성 소화 불량과 무기력에 시달린다. 밖은...
유시(酉時), 해가 지고 기운이 안으로 갈무리되다: 저녁 5시, 하루의 격렬한 노동을 멈추고 생명의 문을 닫는 시간
신시(申時)의 방광경(膀胱경)이 거대한 물길을 틔워 온몸의 노폐물을 씻어내고 나면, 시계 바늘은 어느덧 저녁 5시를 가리킨다. 하루의 열두 시진(十二時) 중 열 번째 관문이자 서서히 해가 저물며 온갖 기운이 밖에서 안으로 수렴되는 유시(酉時, 저녁 5시~7시)의 문이 열린다. 자연계의 해가 서산 너머로 완전히 넘어가며 대지가 어둠과 고요 속으로 침잠하듯, 인체의 우주 역시 하루 종일 밖으로 뻗어 나가던 생명력을...
恐傷腎(공상신): 공포와 불안의 서리가 신장(腎臟)을 때리고 생명의 뿌리를 흔들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의 가슴속 깊은 곳에는 정체 모를 '공포'와 '불안'이 뼛속까지 스며있다. 질병에 대한 공포, 경제적 추락에 대한 불안, 노후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경쟁에서 낙오할지도 모른다는 만성적인 조바심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이 극심한 불안 증세를 '현대인의 불치병' 정도로 치부하며, 신경안정제를 삼키거나 억지로 의연한 척 위장한 채 살아간다. 그러나 서양의학이 불안과 공포를 자율신경계의 과도한...
憂傷肺(우상폐): 슬픔과 근심의 그늘이 폐(肺)를 적시고 기운을 고갈시키다
현대인들의 삶은 알게 모르게 깊은 슬픔과 근심(憂愁)의 그림자에 젖어 있다. 상실의 아픔,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 대한 좌절감, 그리고 미래에 대한 끝없는 불안과 근심이 가슴 깊은 곳에 드리워진다. 사람들은 이러한 슬픔과 우울감을 단순한 마음의 상처나 지나가는 감정의 기복으로 여기며,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이거나 소셜 미디어의 화려함 뒤로 진실된 감정을 숨긴 채 살아간다. 그러나 서양의학이 우울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