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시(申時), 해가 기울고 기운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다: 오후 3시, 집중의 둑을 다시 쌓고 하루의 후반전을 여는 시간

미시(未時)의 소장(小腸)이 맑고 탁한 것을 분별하여 진액을 온몸으로 퍼뜨리고 나면, 시계 바늘은 오후 3시를 가리킨다. 하루의 열두 시진(十二時) 중 아홉 번째 관문이자 서서히 해가 서쪽으로 기울며 낮 동안 충전된 에너지가 밖으로 거대하게 발산되는 신시(申時, 오후 3시~5시)의 문이 열린다. 자연계의 기온이 한풀 꺾이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듯, 인체의 우주 역시 나른해진 몸과 마음을 다잡고 다시 한번 집중의...

陽明病(양명병): 내면의 불길이 치솟고 위장(胃臟)의 진액이 말라붙다

태양병(太陽病)의 단계에서 외성을 지켜내지 못하거나, 잘못된 처방으로 땀을 지나치게 흘려 몸 안의 수분이 바닥나면 병마는 두 번째 관문인 '양명병(陽明病)'으로 침투한다. 이 단계에 이르면 표면의 오한과 덜덜 떨리던 한기(寒氣)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대신 온몸에서 찌는 듯한 고열이 치솟고, 입안이 바짝 바짝 말라 시원한 물을 끊임없이 찾으며, 배가 단단하게 부어오르고 극심한 변비가 찾아온다. 현대인들은 이를 단순한 '고열을...

太陽病(태양병): 외경(外經)의 성벽이 허물어지고 오한과 두통의 경련이 시작되다

현대인들은 수시로 감기와 오한, 원인을 알 수 없는 몸살 기운과 만성적인 근육통을 겪는다. 조금만 피로하거나 찬 바람을 맞으면 목 뒤가 뻣뻣하게 굳어오고, 열이 오르내리며 온몸이 마디마디 쑤셔온다. 사람들은 이를 단순한 '초기 감기'나 '면역력 저하'로 치부하며, 소염진통제나 해열제를 삼켜 증상만을 급하게 눌러버린 채 다시 바쁜 일상으로 자신을 내몰아친다. 그러나 서양의학이 바이러스의 침입과 염증 반응이라는 분자생물학적 수치에만...

春三月 發陳(춘삼월 발진): 봄철, 생명의 문을 열어젖히고 천지의 기운을 온몸으로 뻗어내라

길고 차가운 겨울의 침묵이 걷히고 온 누리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면, 자연계의 만물은 약속이라도 한 듯 땅을 뚫고 싹을 틔워 올린다. 그러나 현대인들의 봄날 풍경은 이 찬란한 생명의 도약과는 거리가 멀다. 계절이 바뀌기 무섭게 극심한 봄철 피로감(춘곤증)에 시달리며 무기력하게 졸음을 쫓고, 만성적인 알레르기 비염과 안구건조증, 피부 트러블을 달고 산다. 봄이 오면 활력이 솟구치기는커녕 온몸이 솜이불을 덮은 듯...

思傷脾(사상비): 과도한 생각과 근심의 덫이 비장(脾臟)을 굳게 하고 온몸의 기운을 막아버리다

현대인들은 단 한 순간도 생각을 멈추지 못한다. 눈을 뜨자마자 시작되는 업무에 대한 걱정, 미래에 대한 불안, 타인과의 비교에서 오는 집착, 그리고 끊임없이 머릿속을 맴도는 온갖 기획과 계획들이 뇌를 가득 채운다. 겉으로는 조용히 모니터를 바라보며 침묵하고 있을지 몰라도, 머릿속은 수천 가지 생각의 타래가 엉켜 잠시도 쉬지 않고 돌아간다. 사람들은 이러한 과도한 사고 활동을 현대 지식인의 훈장쯤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