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슬프면 울고 기쁘면 웃는 것을 당연한 감정의 분출이자 생리 현상으로 여긴다. 그러나 5천 년 전의 의학 고전 황제내경 소문의 마지막 장인 제81편 해정미론은 인간의 눈물 한 방울, 콧물 한 방울조차 단순한 체액으로 보지 않는다. 그것은 수화(水火)의 충돌이며, 영혼(神)과 의지(志)가 육체를 뚫고 흘러나오는 장엄한 우주적 사건이다.
눈물은 물이 아니라 영혼의 파편이다 의학의 눈으로 볼 때, 심장은 불(火)이고 신장은 물(水)이다. 심장에는 인간의 정신(神)이 깃들고, 신장에는 인간의 근원적 의지(志)가 머문다. 고전은 말한다. 심장이 슬퍼하는 것을 곧 의지가 슬퍼하는 것이라 부른다고. 진정한 슬픔이 닥치면 심장의 불과 신장의 물이 교감하며 뒤섞인다. 내면 깊은 곳에 감춰져 있던 신장의 정수(精水)가 통제력을 잃고 밖으로 끓어 넘치는 것, 그것이 바로 눈물이다. 따라서 눈물을 흘린다는 것은 단순히 감정이 상한 것이 아니라, 내 몸의 근원적인 생명수가 영혼의 파동을 타고 밖으로 쏟아지는 현상이다.
가짜 슬픔은 뇌수를 흔들지 못한다 해정미론은 묻는다. 소리 내어 울지만 눈물이 나오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내심이 진정으로 상처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신이 참으로 흔들리지 않으면, 마음 깊은 곳의 의지도 슬퍼하지 않는다. 영혼과 의지가 교감하지 않는데 어찌 생명수인 눈물이 함부로 흘러나오겠는가. 반대로 뼈에 사무치는 진짜 슬픔이 닥치면 뇌수를 충동질하여 콧물과 눈물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고전은 콧물과 눈물을 형제에 비유한다. 위기에 처하면 함께 죽고 평안하면 함께 사는 형제처럼, 진실로 참혹한 슬픔 앞에서는 뇌수에서 콧물이 새어 나오고 신장에서 눈물이 터져 나와 속절없이 얼굴을 뒤덮는다.
함부로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고요 현대인들은 얄팍한 자극에 쉽게 동요하고, 때로는 자신을 보호하거나 타인을 속이기 위해 억지 눈물을 짜내며 감정을 꾸며낸다. 하지만 우리의 육체는 가짜 슬픔과 진짜 슬픔을 명확히 구분한다. 내면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으면 육체의 정수도 결코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다.
소문의 마지막 장이 우리에게 남기는 화두는 명확하다. 눈물 한 방울이 떨어지는 기전조차 이토록 정밀하고 무거운데, 우리는 하루하루 자신의 감정과 영혼을 얼마나 가볍게 소모하고 있는가. 사사로운 자극에 함부로 요동치지 않고, 심장의 불과 신장의 물이 각자의 자리에서 고요히 머물게 하는 것. 그것이 황제내경이 81편의 기나긴 여정 끝에 당부하는 궁극의 양생이자, 생명을 대하는 가장 숭고한 철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