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야 채워지고 내려놓아야 흐른다: 조경(調經)과 하행(下行)의 철학

우리의 몸과 마음은 끊임없이 순환하는 궤도 위를 달립니다. 그 궤도가 부드럽게 이어질 때 우리는 평안을 느끼지만, 스트레스와 상처로 인해 리듬이 깨어지면 기운이 막히고 피가 뭉치는 어혈(瘀血)이 발생합니다. 장정모 교수의 제60강에 등장하는 활혈조경약들은 막힌 곳을 억지로 뚫어내는 폭력적인 방식을 쓰지 않습니다. 대신 어긋난 궤도를 바로잡아 본래의 리듬을 되찾아주는 조화와 균형의 철학을 보여줍니다. 단삼(丹參)과 계혈등(雞血藤): 낡은 것을…

천장지구(天長地久): 유한한 삶에서 발견하는 영원과 균형의 미학

영화 <천장지구(天長地久)>는 1990년대 홍콩 누아르의 황금기를 대표하는 명작이다. 아스팔트 위를 달리며 피를 흘리는 연인의 위태로운 사랑, 그 비극적인 결말은 수많은 이들의 가슴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영화의 원제목이자 노자(老子) <도덕경> 제7장에서 유래한 이 네 글자, ‘하늘은 길고 땅은 오래간다(天長地久)’의 진정한 의미는 비극적 로맨스를 넘어선 훨씬 더 거대한 우주적 통찰을 담고 있다. 노자는 천장지구를 이야기하며 그…

11. 《주역》의 ‘역(易)’

《주역》은 또 《역경》이라고도 부르며, 각종 사전에서는 대개 “점서의 책”으로 정의하는데, 오늘날의 말로 하자면 곧 괘를 치는 책이다. 이러한 설명에 대해, 적지 않은 역학 전문가와 학자들은 부정적인 태도를 취한다. 그들은 《주역》이 천도, 지도, 인도의 대규율을 말하는 책이며, 철학 저작이라고 여기고, 어떤 이는 《주역》이 무소불위하여 “광대하고 크며”, “천지와 더불어 짝하여, 능히 천지의 도를 메운다”고 하여 백과사전이라고도 여긴다….

정치와 명리: 이재명 사주명조로 본 현재 정국의 해부

현재 대한민국 정국이 이 지경까지 파국과 소모전으로 치닫는 원인을 두고 세상의 말들이 많다. 하지만 표면적인 여야의 정쟁이나 진영 논리만으로는 지금 벌어지는 사태의 본질을 온전히 설명하기 어렵다. 리더의 내면을 지배하는 기질적 구조와 명리학적 코드를 통해 현재 정국이 왜 이 모 모양인지 그 근원을 파헤쳐 볼 필요가 있다. 1. 한겨울 얼어붙은 땅 위에 선 ‘칠살(七殺)’의 지배 구조…

흔들리는 마음을 다스리고 삶의 계절을 꿰뚫어 보는 지혜

현대인들은 늘 원인 모를 불안과 피로에 쫓기며 살아갑니다. 밤잠을 설치며 ‘혹시 내일 무슨 일이 터지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스스로의 정신력이 나약하다며 자책하곤 합니다. 그러나 수천 년 전 쓰인 《황제내경(黃帝內經)》 영추 제19편 ‘사시기(四時氣)’는 이 시대의 불안과 두려움을 향해 전혀 다른 차원의 진단을 내립니다. 마음의 병은 나약함이 아니라, 몸의 역행(逆行)이다. “길게 탄식하고 맘속에 두려움을 느끼며 누군가 와서 자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