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다 보면 몹시 춥고 시린 계절을 지날 때가 있습니다. 차가운 기운은 우리 몸과 마음의 흐름을 둔하게 만들고, 결국 끈적하고 차가운 가래인 한담(寒痰)을 만들어 가슴을 답답하게 짓누릅니다. 장정모 교수의 제65강에 등장하는 백개자, 선복화, 조협과 같은 약초들은 이처럼 차갑게 굳어버린 삶의 찌꺼기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묵직한 가르침을 전해줍니다.
백개자: 묵은 체증을 녹여내는 매운 자극의 지혜
우리가 흔히 아는 겨자씨, 즉 백개자는 그 성질이 따뜻하고 매워 뼛속 깊이 스며든 차가운 기운을 흩어버립니다. 재미있는 것은 백개자를 찧어 피부에 붙이면 뜨거운 불이 없어도 수포가 생기며 뜸을 뜬 것과 같은 치료 효과를 낸다는 점입니다. 이를 냉구(冷灸)라 부릅니다. 우리 삶도 때로는 무기력이라는 차가운 담에 갇혀 옴짝달싹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파괴적인 폭력이 아니라, 백개자처럼 잠든 감각을 번쩍 깨우고 차가운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드는 맵고도 따뜻한 자극입니다. 기꺼이 그 매서운 자극을 수용할 때, 꽉 막혔던 가슴속 응어리는 비로소 스르르 녹아내립니다.
선복화: 거슬러 오르는 욕망을 아래로 끌어내리다
들국화를 닮은 노란 꽃 선복화는 본초학에서 매우 독특한 존재입니다. 무릇 모든 꽃은 가벼워 위로 솟아오르려는 성질을 지니지만, 선복화는 유독 그 기운을 아래로 끌어내리는 강역(降逆)의 힘을 지녔습니다. 거꾸로 솟구치는 위기를 꾹 눌러 구토를 멎게 하고 기침을 가라앉힙니다. 현대인들은 늘 더 높은 곳을 향해 아등바등 오르려고만 합니다. 그 끝없는 상승에 대한 강박이 결국 기운을 거꾸로 솟구치게 만들어 두통과 불면, 번뇌라는 병을 낳습니다. 선복화는 우리에게 조용히 속삭입니다. 진정한 평안은 위로 오르려는 욕망을 멈추고, 내면의 호흡을 가장 낮은 곳으로 편안하게 끌어내릴 때 비로소 찾아온다고 말입니다.
조협: 고질적인 병폐를 토해내게 하는 단호한 결단
천연 세제로도 쓰였던 쥐엄나무 열매 조협은 위점막을 강하게 자극해 반사적으로 호흡기의 가래를 뿜어내게 만드는 맹렬한 약입니다. 너무 오래되어 꿈쩍도 하지 않는 노결(老結)된 가래는 부드러운 약으로는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삶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뼛속까지 파고든 오랜 악습이나 치명적인 타성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때로는 스스로 구역질이 날 만큼 뼈아프고 단호한 성찰과 결단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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