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륙을 뜨겁게 달구는 애증 로맨스 드라마들의 주제곡을 가만히 들어보면, 유독 자주 등장하는 글자가 하나 있다. 바로 '얽힐 전(缠, 중국어 발음 chán)'이다. “누구도 도망칠 생각 마, 운명의 동아줄이 널 묶고 날 얽매도록 내버려 둬.” 가사에서 짐작할 수 있듯, 대중문화 속에서 '缠'은 종종 지독한 집착, 벗어날 수 없는 파멸적인 사랑, 혹은 서로를 갉아먹으면서도 끝내 놓지 못하는...
의학과 로맨스의 교차점, 드라마 《애니(爱你)》에 담긴 치유의 약초학
도심의 분주한 빌딩 숲, 차가운 공기 속에서 현대인들은 저마다의 마음의 병을 품고 살아간다. 로맨스 드라마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쑤저우와 항저우의 고즈넉한 풍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애니(爱你)》는 단순히 남녀의 사랑을 그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 드라마가 특별한 이유는 인물의 이름부터 매회의 서사를 이끌어가는 뼈대가 모두 '중의학의 약재'와 그 변증(辨證)의 원리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름으로 읽는 치유의...
초심을 잃은 맘마를 뒤로하고, 황산사거리 삼국지(동군·우후죽순·굿푸드)를 열다
돌이켜보면 미사 스카이폴리스의 ‘맘마뷔페’는 한때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였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당일 혹은 전날 메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자극적인 조미료 맛 없이 속이 편안하다는 치명적인 장점으로 내 발길을 사로잡았던 곳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곳에서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었다. 정성을 담던 손길이 헐거워지고, 은근하게 초심을 잃어가는 모습들이 눈에 밟히기 시작한 것이다. 애정을 가졌던 만큼 실망도 큰 법, 과감하게 발길을...
[3,000개 돌파 기념] 지식의 성벽을 세우고, 비로소 판을 완성하다
바닥난 체력과 외로운 밤들을 견디며 마침내 블로그 포스팅 3,000개의 고지를 넘어섰다. 누가 시킨 적도 없고, 당장 알아주는 이가 없어도, 매일 밤낮으로 고전을 파고들고 의학을 엮으며 스스로를 갈고닦아 쌓아 올린 시간들이었다. 1. 3,000개의 탑이 말해주는 것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하루아침에 대충 짜깁기한 글로는 절대 도달할 수 없는 숫자다. 그 속에는 『황제내경』의 매운맛부터 『논어』, 상한론, 그리고 사주명리의...
폐허에서 건져낸 불씨, ‘정중용덕(正中龍德)’의 새로운 장을 열며
살면서 누구나 상실을 경험하지만, 내게 있어 두 번의 '분서갱유'는 내 연대기의 일부가 도려내지는 것과 같은 뼈아픈 사건이었다. 청춘의 사유를 지탱하던 오천 권의 책이 고물상으로 향했던 첫 번째 상실, 그리고 치열했던 중국 유학 시절의 피와 땀이 서린 책들이 지하실의 습기에 무참히 썩어 들어간 두 번째 상실. 물리적인 책은 그렇게 허망하게 내 곁을 떠났다. 그 참담한 기억을...
늘 더 나은 곁을 내어드리기 위하여
언제나 이 작은 다실을 찾아주시는 도반님들께, 한 자 한 자 정성스레 옮겨 적는 고전의 문장들이 가장 편안하고 단정한 옷을 입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공간은 매 순간 크고 작은 매무새를 가다듬어 오고 있습니다. 모니터와 스마트폰 화면 너머에서 글을 마주하는 눈길이 피로하지 않도록, 때로는 이 테마를 두드려보고 저 풍모를 기웃거려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비즈니스 요금제의 문턱을 넘기...
<점연아, 온난니> 완주 후기 — 디지털 시대에 되살아난 7080의 지독한 순정
최근 중국 드라마 <점연아, 온난니(点燃我,温暖你)>를 끝까지 완주했습니다. IT 스타트업과 앱 개발, 프로그래밍이라는 지극히 현대적이고 차가운 소재를 다룬 드라마이지만, 마지막 회를 덮고 난 뒤 가슴에 남은 잔향은 뜻밖에도 참 따뜻하고 묵직했습니다. 요즘 우리나라 드라마들이 빠르고 사이다 같은 전개, 쿨하고 계산적인 관계성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면, 이 드라마는 도리어 우리가 1970~80년대 한국 멜로 문학과 영화에서 느끼곤 했던 ‘지독할...
3,000편의 사유를 향하며: 정중용덕의 기록들
어느덧 서고에 쌓인 글이 3,000편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단순히 숫자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매일 아침 깨어있는 정신으로 세상과 고전을 마주하며 벼려온 시간의 기록들입니다. 욱산(旭山)의 사유가 이 공간에 머물며 도반들과 함께 호흡했기에, 이 숫자는 저 개인의 성취를 넘어 우리 서고의 든든한 뿌리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매일 아침 하나의 사유를 세상에 내어놓는 정진을 이어가며, 하루에 하나씩 꾸준히 포스팅할...
월수금통돼지 위례광장로점, 돌판 위에서 어우러지는 풍성한 맛의 조화
지글거리는 소리와 고소한 냄새가 발길을 이끄는 곳, 위례광장에 위치한 '월수금통돼지 위례광장로점'에 다녀왔습니다. 두툼한 고기와 다채로운 곁들임 찬이 넓은 돌판 위에서 하나의 요리처럼 어우러지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합니다. 🥩 돌판을 가득 채운 아낌없는 구성 불판이 달아오르고 두툼한 삼겹살이 올라가는 순간부터 기대감이 커집니다.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단순히 고기만 굽는 것이 아니라, 삼겹살과 완벽한 합을...
상반기를 수놓은 드라마의 향연: 조로사, 전희미, 그리고 왕초연
올해 상반기, 우연히 시선이 머문 드라마 ‘축옥’은 평온하던 일상에 신선한 즐거움을 안겨주었습니다. 이를 기점으로 한동안 잊고 지냈던 영상 매체의 매력에 다시금 빠져들게 되었지요. 장대한 서사와 화려한 복식이 눈을 즐겁게 하는 고장극(古裝劇)부터, 동시대의 호흡과 세련된 감각이 묻어나는 현대극에 이르기까지 장르의 경계를 허물며 다채로운 작품들을 유람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탄탄한 서사나 빼어난 연출력 못지않게 화면 속을 유려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