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직한 약속 하나, 백성을 향한 치열한 서약: 북경중의약대학 교가 《승낙(承諾)》을 읽다

의학의 길에 들어서는 이들이 마주하는 첫 번째 관문은 지식의 방대함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생명을 대하는 태도와, 그 무게를 평생 감당하겠다는 무거운 ‘맹세’다. 북경중의약대학의 교가인 《승낙(承諾)》은 바로 이 묵직한 서약을 고스란히 노랫말로 옮겨놓은 명작이다.

단순한 학교 찬가를 넘어, 의료인이 걸어야 할 숭고한 도정과 책임감을 짚어내고 있는 이 노래의 가사 속으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스쳐 지나가는 나그네가 되지 않겠다는 다짐

“배움의 터전에 들어와 우리는 진지하게 탐구하고, 백가의 의술을 익혀 몸에 밴 직책을 다지네. 사회에 나와 우리는 스쳐 지나가는 나그네가 되지 않고, 백성을 위해 복을 지으며…”

배움의 시작은 치열하다. 촛불 아래서 별자리를 꿈꾸며 성인의 지혜를 익히고(근구박채), 백가의 의술을 몸에 익히는 과정은 결코 요행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교가는 진정한 의학도의 시선이 학교 문을 나서는 순간 세상과 만난다고 말한다. 세상 속에서 요행을 바라며 스쳐 지나가는 이방인이나 나그네처럼 살지 않겠다는 것, 고통받는 대중의 삶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 그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복을 짓는 주체로 살겠다는 선언이다. 이 지점에서 의술은 단순한 생계 수단을 넘어선 거대한 사회적 책무로 확장된다.

조국과 인민을 향한 영원한 선택: 근구박채와 후덕제생

“조국을 향한 약속, 인민을 향한 약속. ‘근구박채’는 영원한 우리의 선택… ‘후덕제생’은 영원한 우리의 본색.”

이 교가의 핵심은 대학의 교훈인 ‘근구박채(勤求博采)’와 ‘후덕제생(厚德濟生)’이 어떻게 삶의 태도로 체화되는지 보여주는 데 있다.

  • 근구박채가 끝없이 학문을 파고들며 지식을 넓히는 ‘지적 치열함’의 선택이라면,
  • 후덕제생은 대지처럼 품어 안는 덕행으로 생명을 살리는 ‘도덕적 완성’의 본색이다.

이 둘은 분리될 수 없다. 뛰어난 기술(묘수)이 있어도 따뜻한 마음(인술)이 없으면 폭력이 되고, 마음만 앞서고 실력이 없으면 공허한 선의에 그칠 뿐이다. 붉은 마음(단심)으로 전통을 계승하고 땀방울로 현장을 적시며, 오직 생명의 맥박 앞에서 겸손하게 최선을 다하겠다는 이 맹세야말로 진정한 ‘승낙’의 본질이다.

진정한 성취는 어디에서 오는가

《승낙》이라는 제목처럼, 이 노래는 세상과 생명을 향해 끊임없이 자신을 던지겠다는 엄숙한 계약이다.

오늘날 우리는 너무나 쉽게 배우고, 쉽게 소비하며, 타인의 고통 앞에 비켜 서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북경중의약대학의 교가가 울려 퍼지는 공간에서, 우리는 지식과 기술이 어떤 도덕적 기반 위에서 작동해야 하는지 깊은 자성을 마주하게 된다.

내 앞에 놓인 삶을 치열하게 탐구하고(勤求博采), 그 결과로 세상의 아픔을 기꺼이 품어 안는 것(厚德濟生). 그것이 바로 이 시대의 모든 배움이 품어야 할 가장 아름다운 약속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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