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지에서 나서 양지를 지향한다 – 영지(1)


(왼쪽이 티베트의 야생영지이고 오른쪽이 윈난의 재배영지이다)

기원과 연혁: 다공균과 식물 적영지(赤靈芝)와 자영지(紫靈芝)의 건조자실체, 민주름버섯목 불로초과에 속하는 버섯, 약으로 쓰는 것은 주로 적영지인데 외모도 아름답고 효과도 가장 좋다. 만년버섯, 영지버섯, 장수 버섯, 이령 등의 다른 이름으로도 불리운다.(진시황의 장생불로, 기사회생의 신선약인 불로초가 바로 이 분이시다)

채집가공: 영지버섯은 버섯 갓이 다 자랐을 때인 가을에 주로 채취한다. 적지는 쉽게 상하지 않아서 가을부터 봄 사이에 발견하여도 상태가 양호하면 채취할 수 있다.

주요산지: 세계 여러 나라에 퍼져 있는데 특히 열대, 아열대 지방의 산에서 많이 생산되며 주로 활엽수의 줄기나 뿌리 가까이의 땅속에서 돋아난다. 양식재배가 가능하여 대량으로 생산되고 있다.

감별: 버섯의 갓은 지름 5~15㎝, 두께 1~1.5㎝ 정도이고 부채 모양으로 편평하고 표면에 동심형의 홈이 있다. 갓의 표면은 처음에는 누런빛을 띠는 흰색이다가 누런 갈색 또는 붉은 갈색으로 변하고 오래되면 밤갈색으로 변한다.

약성과 공효: 달고 평이하다. 보기안신, 지해평천작용이 있어서 실면, 경계, 해소, 가래가 많이 나오는 증상을 치료한다. 특히 보익기혈 작용이 뛰어나서 제반 허로증에 사용하면 효과가 좋다. 항암효과가 있다고 하여 현재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용법: 6-12g을 탕약에 넣어 전탕으로 복용하거나, 2-5g을 갈아서 물이나 술에 타서 마신다. 영지를 3g 정도 잘라서 물에 넣어 끓여서 차로 마셔도 좋다.

우리나라에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가 표어였던 국가기관이 있었다.

예전에는 좋지 않은 일도 많이 하고 음침한 이미지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싫어했는데 요즘은 대학생 취업희망 직장 순위에서 상위를 점하기도 하고 드라마의 소재로도 자주 등장한다. 드라마는 007도, 막장드라마도, 만화영화도 아닌 한심하기 이를 데 없고 돈으로 떡칠을 하는 졸작의 연속이지만 아무튼 안기부가 드라마에 주무대로, 그것도 자주 등장하다니 국정원의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다. 국정원으로 이름이 바뀌고 난 뒤 “음지에서 양지”는 “정보는 국력이다”로 바뀌었다. 뜻은 모호하지만 뭔가 숨은 뜻이 있는 것 같았던 이전 구호에 비해 좀 밋밋한 느낌이다.

약초세계에도 이렇게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하는” 약재가 있다.  균류, 곰팡이계, 버섯류에 속하는 약재들이 안기부 소속이다.

약재로 쓰이는 균류는 그 종류가 꽤 많다. 복령, 저령, 아가리쿠스, 송이버섯, 차가버섯, 목이, 마발, 영지, 운지, 상황, 동충하초까지 이들이 모두 균류의 약재들이다. 그런데 묘한 것은 이러한 종류의 약재들이 기본적으로 모두 보하는 작용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이 생명체들을 약재세계의 안기부라 할 때는 “음지에서, 다른 생물에 기생하며 자라서 또 다른 생물을 보하는” 점을 염두에 두어서 그렇게 부른 것이다. 영지의 입장에서는 안기부와 자기를 비교하는 것을 안다면 분통이 터질 일이지만….

땅과 그늘과 숙주생물의 진액, 그 축축한 물의 세계가 이들을 양육하고 그 것이 다시 다른 생물의 기혈음양에 보탬을 준다. 물은 천지와 생명의 어머니라서 그렇게 모든 생명들을 키우고, 존재들은 순환하며 생명을 이어간다. [영추]에서 말한 “가장 먼저 생긴 것이 물이어서 태일이라 한다. 천지의 어미이고 만물의 근원이다” ‘천생일수’의  세계가 영지 하나에 담겨져 있다.

위의 약재들 중 복령, 저령은 비위와 수습운화에 문제가 생긴 곳이면 어디든지 나타나는 상용약재들이라서 여러분들도 익히 알고 있을 터이고 송이버섯, 동충하초는 티베트약재 연재의 앞쪽 부분에 이미 실려 있다. 오늘은 버섯류 중에서 잘 생긴 놈, 영양가 있는 놈, 친구 같은 영지버섯을 탐험해보자.

종합병원의 화장실을 가서 큰일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면 잘 알 것이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면 장기기증, 오른쪽에는 각종 암을 완치한다는 기적의 약과 건강식품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어있다. 정면에는 병원의 공식허가를 받은 숙변약 스티커, 그 위에는 그 병원 의사에 대한 욕이 갈겨져 있거나, 간호사와의 이루지 못할 사랑을 꿈꾸는 환자가 그린 추상화도 종종 그려져 있다. 그 곳의 건강식품과 약재 스티커 중에 영지와 아가리쿠스, 차가버섯, 상황버섯은 단연 단골상품이다.

사실 나는 이런 약재들의 효과에 대해 시비를 걸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금전적, 시간적 여유가 되면 먹어보고도 싶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약재들을 선전하는 ‘기적의 식품’ ‘말기암 완치자의 증언’ ‘복용하면 즉시 완쾌’ 등의 문구에는 강한 적대감을 가지고 있다. 과장되고 자극적인 이들 선전문구는 말기 암환자를 비롯한 난치병 환자들과 그 가족들의 절박함을 이용하는 상업주의의 산물이며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업주의의 함정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소수일 것이다. 그리고 의학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들은 늘 이러한 유혹에 노출되어 있다. “아는 사람이 암에 걸렸는데 어디 좋은 비방이 없냐?”, “ 티베트약 중에 난치병에 특효약이 있다던데?”, “소수 고위층만 먹는 비아그라보다 좋다는 약이 있다던데 구할 수 있냐” 우리는 이런 질문들에 이미 상당히 익숙해져 있다. 마음은 ‘나는 약 팔아 먹는 장사꾼’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내속에 이런 장사꾼이 버티고 있음을 종종 확인하기 때문에 말을 하기전에 먼저 자신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때에는 육조 혜능의 ‘돈오’보다 혜능의 경쟁자였던 신수의 ‘점오’가 더 마음에 와 닫는다.

身是菩提树,心如明镜台,时时勤拂拭,莫使惹尘埃。

몸은 보리수고 마음은 명경대이다. 늘 열심히 닦아 티끌이 없게 하라.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