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이 몸이 물먹은 솜처럼 무겁고 마음마저 눅눅해지는 날들이 있습니다. 뚜렷한 병은 없는데 만사가 귀찮고 영혼이 가라앉는 기분, 한의학에서는 이를 몸의 중심에 무거운 습기가 꽉 막혀버린 ‘습조중초(濕阻中焦)’라 부릅니다.
제39강에 등장하는 창출, 후박, 곽향 같은 ‘화습약(化濕藥)’들은 맹렬하게 공격하지 않습니다. 대신 특유의 따뜻함(溫)과 짙은 향기(芳香)로 꽉 막힌 길을 열고 삶의 웅덩이를 서서히 말려버립니다. 이 우아한 치유의 과정에는 팍팍한 우리의 일상을 꿰뚫는 깊은 통찰이 숨어 있습니다.
1. 창출(蒼朮): 곰팡이가 아니라, 내공이 빚어낸 찬란한 눈꽃 ‘백상(白霜)’
습기를 말리는 으뜸 약재인 창출은 품질이 좋을수록 자른 단면에 하얀 눈 같은 서리, 즉 백상(白霜)이 피어납니다. 겉보기엔 곰팡이처럼 보여 오해를 사기 십상이지만, 사실 이 백상은 창출 내면의 짙은 에센스(방향유)가 밖으로 배어 나와 맺힌 아름다운 결정체입니다.
우리의 삶도 때로는 이와 같습니다. 힘겨운 시간을 견뎌내며 남은 삶의 흔적들이 남들 눈에는 그저 낡고 부패한 곰팡이처럼 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묵묵히 내면의 습기를 이겨내며 다져진 그 흔적은, 곰팡이가 아니라 단단한 내공이 빚어낸 찬란한 ‘백상’입니다. 겉모습의 오해에 굴하지 않고 묵직한 향기로 스스로의 진가를 증명하는 창출의 우직함이 우리에게 깊은 위로를 건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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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旭山 | 프리미엄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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