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1 혈(血)의 기본개념(基本槪念)
혈(血)은 붉은 색의 액체상태 물질인데 인체를 구성하고 인체의 생명활동을 유지하는 기본 물질의 하나로서 높은 영양가와 자윤(滋潤) 작용을 가지고 있다. 혈(血)은 맥안에서 운행하는 한, 그의 생리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어떤 원인으로 하여 맥밖으로 흘러나오는 것을 출혈(出血) 또는 “이경지혈(離經之血)”이라고 한다. 맥은 혈액의 익출을 막는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혈부(血府)”라고도 한다.
4·2·2 혈(血)의 생성(生成)
혈(血)은 주로 영기(營氣)와 진액(津液)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기(營氣)와 진액(津液)은 섭취된 음식물이 비(脾)와 위의 소화·흡수 과정을 거쳐 생성된 수곡(水谷)의 정미(精微)에서 온 것이다. 그러므로 비(脾)와 위(胃)는 기혈(氣血)을 생화시키는 원천이다. 《영추·결기(靈樞·决氣)》에서 “중초(中焦)가 기(氣)를 받아 들여 그 즙(汁)을 섭취하고 그것이 붉은 색으로 변하면 곧 혈(血)이다.”라고 한 말은 혈액(血液)의 생화 과정에서의 비(脾)와 위(胃)(중초(中焦))의 운화기능의 지위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그리고 혈액(血液)의 생성과정에서는 또 영기(營氣)와 폐(肺)의 작용을 통하여야만 혈(血)이 화생된다. 이를 테면 《영추·사객(靈樞·邪客)》에서는 혈액을 화생시키는 영기(營氣)의 기능을 서술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영기(營氣)가 분비한 진액(津液)이 맥(脈)에 들어가 피로 되고 그것이 사말(四末)을 번영(繁榮)케 하고 오장육부에 퍼진다…” 《영추·영위생회(靈樞·營衛生會)》에서는 혈액(血液)의 생화에서 노는 폐(肺)의 작용을 더욱 강조하면서 “중초(中焦) 역시 위(胃)에 모였다가 상초(上焦)로 나온 후 기(氣)를 받아 조박(糟粕)을 배설하고 진액(津液)을 증승(蒸升)시켜 정미로 생화하는데 우로 폐맥(肺脈)에 들어가서 피를 생화한다. 그래서 전신을 양생하는데 더없이 귀한 것이므로 경수(經隧)를 운행하는 것이다.”고 했다.
이상을 종합하면 영기(營氣)와 진액(津液)은 다 혈(血)을 생성하는 주요한 물질적 기초이다. 영기(營氣)와 진액(津液)이 모두 수곡(水谷)의 정기에서 오기 때문에 음식영양의 우열과 비위(脾胃)의 운화 기능의 강약은 직접 혈액(血液)의 생화에 영향을 미친다. 장기간 음식영양의 섭취가 부족하거나 장기간 비위(脾胃)의 운화기능이 실조되면 혈액의 생성이 부족해 혈허(血虛)적인 병리적 변화가 일어난다.
이밖에 또 정(精)과 혈(血)사이에는 상호 자생(資生)하고 전화(轉化)하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 정(精)은 신(腎)에 저장되고 혈(血)은 간(肝)에 저장된다. 신(腎)에 정기(精氣)가 가득 차면 간(肝)을 유양(濡養)하고 혈(血)이 충족하며, 간(肝)에 혈(血)이 가득 차면 신(腎)에 많이 저장되고 정(精)이 자생(資生)한다. 그래서 “정혈동원(精血同源)”설이 있는 것이다.
4·2·3 혈(血)의 기능(機能)
피는 전신을 자양하고 자윤(滋潤)하는 생리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혈(血)이 맥을 순환운행하면서 안으로는 장부(臟腑)에, 겉으로는 피육(皮肉)과 근골(筋骨)에 이르며 전신을 끊임없이 운행한다. 그래서 부단히 전신의 각 장부(臟腑)와 조직 기관을 충분히 자양하고 자윤(滋潤)함으로써 정상적인 생리 활동을 유지하게 한다. 《난경·이십이난(難經·二十二難)》에서는 “혈(血)은 주로 유(濡)한다”고 했다. 이것은 혈(血)의 자양(資養)·자윤(滋潤) 작용에 대한 개괄이다. 《소문·오장생성편(素問·五臟生成篇)》에서는 “간(肝)이 혈(血)을 받아 눈이 보이고, 발이 혈을 받아 걷고, 손이 혈을 받아 움켜쥐고, 손가락이 혈을 받아 물건을 집는다.”고 했다. 이것은 유기체의 감각과 운동은 혈이 제공하는 자양(資養)·자윤(滋潤) 작용에 의해서만 정상적인 기능 활동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해석하였다.
피의 자양(資養)·자윤(滋潤) 작용은 구체적으로 낯색이 홍윤(紅潤)하고, 기육(肌肉)이 풍만(豐滿)·장실(壯實)하고, 피부(皮膚)와 모발(毛髮)이 윤택(潤澤)하고, 감각과 운동이 영활(靈活)한 등에 구현된다. 만일 혈의 생성이 부족하거나 혈의 자양(資養)·자윤(滋潤) 작용이 감퇴되면 전신 혹은 국부에 혈이 허(虛)한 병리 변화가 일어나 어지럽고, 낮에 혈기가 없어 꺼들리고 모발(毛髮)이 마르고, 기육(肌肉)이 간조하고 팔다리 혹은 손발이 저린 등 임상 현상이 나타난다.
피는 유기체의 정신활동의 주요한 물질기초이다. 그래서 《소문·팔정신명론(素問·八正神明論)》에서 “혈기(血氣)는 사람의 정신(精神)이므로 조심히 양(養)하여야 한다.”고 했다. 혈기가 왕성하고 혈맥이 고르게 잘 흘러야 정신이 나고 신지(神志)가 맑고 감각이 영민하고 활동이 영활하다. 바로 《영추·평인절곡(靈樞·平人絕谷)》에서 말한 것처럼 “혈맥(血脈)이 고르게 잘 흐르면 정신이 난다.” 그러므로 어떤 원인에서든지 혈허(血虛)·혈열(血熱) 혹은 운행이 실조되면 정신이 쇠퇴하고 건망증이 생기고 꿈이 많고 실면(失眠)하고 번조(煩躁)하고 심지어는 신지(神志)가 황황하고 경계불안(驚悸不安)하고 섬광(譫狂)·혼미(昏迷)하는 등 정상적이 못되는 여러가지 임상 현상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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