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문】 육계와 계지가 기(氣)와 혈(血)에 작용하는 절묘한 이치

【제8문】 육계는 남방에서 생산되니 땅의 화기(火氣)를 받아 혈분(血分)에 들어가는 것이 확실합니다. 그런데 장중경이 신기환에서 육계를 사용할 때 기운을 다스리는 작용(化氣)을 취하고 혈을 다스리는 작용(化血)을 취하지 않은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혈은 기가 없으면 운행하지 못하고, 기는 혈이 없으면 머물 곳이 없습니다. 기와 혈 이 두 가지는 원래 명확히 갈라지는 양극단이 아닙니다. 게다가 육계가 기운을 변화시키는 것은 장중경의 묘용(妙用)일 뿐, 육계 본연의 성질은 아닙니다.

사람 몸의 기운은 신장 속의 양기에서 생겨나지만, 실제로는 코를 통해 들이마신 하늘의 양기를 빌려 심계를 거쳐 심장의 불기운을 끌어내려 신장과 교류하게 한 뒤에야, 신장의 물기운을 덥혀 움직이게 하여 기운으로 변화시켜 입과 코로 내보내는 것입니다.

장중경의 신기환을 보면 지황, 산약, 단피, 산수유를 많이 써서 물기운(水)을 생겨나게 하고, 복령과 택사를 써서 물기운을 원활하게 합니다. 그런 다음 육계를 써서 심화(心火)를 이끌어 아래로 물과 사귀게 하고, 부자를 써서 신장의 양기를 진작시켜 그 기운을 덥히고 움직이게 한 것입니다. 육계가 기를 변화시키는 원리가 이와 같으니, 이는 장중경이 육계를 잘 다루는 묘수이지 육계 스스로 기를 변화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육계만 단독으로 쓰거나 혈분 약과 함께 쓴다면 주로 혈분으로 향하게 되니, 기분의 약이 될 수 없습니다.

계지 역시 색이 붉고 맛이 매워 심장과 간으로 들어가는 혈분의 약입니다. 그런데 오령산이나 영계오미감초탕은 모두 계지가 방광에 들어가 기를 변화시키는 작용을 취했습니다. 이 또한 계지 스스로 기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복령과 택사가 수기를 원활하게 하여 계지를 물속으로 이끌어 물을 기운으로 변화시킨 것입니다. 이는 신기환에서 육계를 쓰는 이치와 비슷합니다. 그러니 단순히 계지만을 두고 기를 변화시킨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황기오물탕이 혈비(血痺)를 치료하고 당귀사역탕이 몸의 통증을 치료하는 것을 보면, 모두 계지가 혈맥을 따뜻하게 데워 소통시키는 작용을 취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심장의 불기운이 혈을 만들어내므로, 화기(火氣)를 품은 약물은 혈분으로 들어가는 것이 변치 않는 이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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