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파일을 정리하다 12년전에 쓴글을 발견해서 여기에 올려 놓습니다.
마음의 상태가 단정하지 못하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마음과 생각을 집중할 수가 없어 물건을 보아도 제대로 볼 수 없고, 소리를 들어도 소리를 들을 수 없고, 음식을 먹어도 음식의 진정한 맛을 알지 못한다. 『大學』
“어떻게 살 것인가?” 이제까지 이 의문에 대해 명쾌하게 답을 내린 경우를 나는 아직 보지 못했다. 여러 성인과 위인 또 평범한 사람들의 경우를 살펴 보아도 이 문제는 영원한 물음이지 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일 것이다.
수 천권의 책을 읽어도 이 문제에 대해 명쾌하게답하고있는경우를찾지못했다.아마도평생 안고 가야할 질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최근에 『대학』과 『중용』을 한국말로 옮기면서 읽어보니까 어떻게 살 것 인가에 대한 답은 없지만 이 의문을 풀어가는 단초를제공해주는것 같다.
특히 『중용』에 있는 말들을 되새기면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길을 찾아 떠나가 보자.
– 기다림
인생은 많은 경우 기다림이다. 태어남 부터가 엄마의 뱃속에서 10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기다림의 시작이다. 사람에게는 나아가야 할 때가 있고, 또 물러설 때가 있다. 보통 사주나 관상은 통계라고들 하지만 나는 10개월 동안 태아가 어머니 뱃속에서 세상에 나올 때를 기다릴 때 어떤 준비를 했느냐에 따라 운명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뱃속에서 이 세상을 아름답게 생각한 아이에게는 이 세상이 아름다울 것이고 이 세상이 괴롭다고 생각한 태아에게는 이 세상은 끝없는 고통으로 다가설 것이라고 생각한다. 태아는 이런 준비 끝에 자신이 선택한 시간에 태어난다.
기다림은 결국 어떤 선택을 위한 준비과정일 수 밖에 없다. 이 기다림의 시간에 어떤 준비를 하느냐에 따라 선택이 달라진다.
무릇 어떤 일을 처리 할때는 미리 잘 준비해야 성공에 이룰 수 있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반드시 실패한다. 미리 잘 생각하고 말하면 말로 인한 막힘이 없을 것이나 어떤 일을 함에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곤란한 일을 만날 수밖에 없다. 덕행을 닦을려면 먼저 주장을 세워야지 회한과 부끄러움이 없을 것이다. 학설을 밀고 나갈려면 먼저 목표를 정해야 아무 곳에나 다 통해서 함정에 빠지는 곤경을 겪지 않는다.
하급의 지위에 처해서는 만약 윗사람의 신임을 얻지 못한다면 백성을 잘 다스릴 수가 없다. 윗사람의 신임을 얻기 위한 방법은 먼저 친구의 신임을 얻어야 한다. 만약 친구의 신임을 받지 못한다면 상사의 신임도 받을 수가 없다. 친구의 신임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너의 마음을 부모님께 잘 맞춰야 한다. 부모님에게 너의 마음을 잘 맞추지 못하면 친구의 신임도 얻지 못한다. 부모님에게 너의 마음을 잘 맞추기 위해서는 네 자신의 진심을 다해 성을 구해야 한다. 만약 진심이 부족해서 자신으로 부터 성을 구하지 못한다면 부모님께 너의 마음을 맞출 수가 없다. 진심으로 성을 이루고자 한다면 무엇이 선인지를 명백히 알아야 한다. 만약 무엇이 선인지를 모른다면 진심으로 성에 도달할 수 없다.
참된 성이란 자연적으로 지니게 된 인품과 덕성이다. 자기 스스로 참된 성에 도달하려면 자신의 인품과 덕성으로 노력을 다해야 한다. 자연적으로 참된 성을 가진 사람은 도덕규범에 부합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 일이 사리에 맞는지 아닌지를 고민할 필요도 없다. 욕망에 따라 두려움 없이 중용의 도에 따라 자연스럽게 행한다. 이러한 사람은 성인이다. 자신이 참된 성에 도달한 사람이라면 반드시 지고지선한 도덕을 선택하여 참된 성의 경지를 변함없이 지킬 것이다.
넓게 배우고, 깊게 살펴서 물으며, 신중하게 생각하고, 명확하게 분석하여 판별하고, 확실하게 이행한다. 오직 배우지 않는다면 몰라도 배우는데 배움이 없어 그만두지 않으며, 오직 묻지않는다면 몰라도 물었는데 이해하지 못하여 그만두지 않으며, 오직 사고하지 않는다면 몰라도 사고함에 획득한 결과가 없어 그만두지 않으며, 오직 판단과 분석함이 없다면 몰라도 판단과 분석하는데 철저함과 명백함으로 그만두지 않으며, 만약 이행하지 않는다면 몰라도 이행함에 철저함과 확실함으로 그만두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조금의 공력을 들여 능히 일을 이루었다면 자신은 그 백배의 공력을 들여야 하고, 다른사람이 열배의 공력로 일을 이루었다면 자신은 천배의 공력을 들여서 해야한다. 만약 이러한 굳센 의지로 중용의 도를 추구한다면 바보같은 사람이라도 반드시 총명하게 변할것이요, 나약한 사람이라도 반드시 강하게 바뀔것이다. 『중용中庸 제20장』
준비를 잘하기 위해서는 교육과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 우리가 살면서 다양한 경험을 모두 해 볼 수 없기 때문에 독서가 중요하다. 독서를 통해 다른 사람의 경험을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독서는 다양한 지식과 교양을 쌓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지혜와 사고의 폭과 깊이를 넙히고 깊게 하는데 독서 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
전인적 인간을 길러내는 교육이 필요하지만 현재 우리의 교육은 빵틀에 맞게 찍어내고 있어 교양인을 양성하는것과는 거리가 있다. 사고할 줄 아는 인간이 필요한데 점점 그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 안타깝다. 가정교육 학교교육 사회교육 어느 하나라도 제기능을 해야하지만 세가지가 급격히 무너지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
– 선택
인생은 우리가 의식하던 의식하지 못하던 간에 매 순간이 선택이다. 현재의 자신은 이러한 선택의 결과물이다. 이 선택을 잘 하기 위해서는 기다림의 시간이 주어질 때 어떤 준비를 하느냐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현재의 나는 자신이 쌓아온 작고 큰 선택의 결과물이다. 선택의 순간 우리는 습관적으로 또는 3
기존의 관성대로 선택을 하게된다. 우리가 배우고 공부하는 모든 것은 어쩌면 보다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한 것이다.
그다음으로 ‘지극한 성’에 도달한 현명한 사람은 아주 조그만 곳에서부터 공부를 진행해서 연구한다. 아주 조그만 분분에서 점점 더 넓게 파고들어 결국 참된 성의 경지에 도달한다. 마음안에서 참된 성에 도달한 사람은 구체적인 형상으로 드러난다. 구체적인 형상으로 드러나면 점점 더 분명해진다. 분명해 지면 날이 갈수록 빛을 더하여 광채를 뽐낸다. 날이 갈수록 광채를 뽐내면 사람의 마음은 물론 만물을 감동시킨다. 사람의 마음이 감동하면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을 바꾸어 그 인품과 덕성을 변혁시킨다. 사람의 인품과 덕성이 변하면 감화되어 지고지선한 경지에 이르게 된다. 오직 천하의 지고지선한 성에 이른 사람이 만물을 생장발육시켜 지고지선한 경지에 도달하게 할 수 있다. 『중용中庸 제23장』
– 반성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병도 마찬가지다 만병이 있으면 만약이 있다. 약을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원인(진단)을 찾아야 한다. 원인만 제대로 되면 그에 맞는 약을 선택해서 사용하면 병은 낫는다. 선택을 하면 그에 따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선택을 한 사람에게 있다. 만족한 선택이 없는 것처럼 만족한 결과도 없을 것이다. 원인을 찾기 위해 결과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공자의 제자인 증자는 하루에 세번 반성했다(일일삼성)고 하는데 하루에 한번이라도 반성하는 사람과그렇지않은사람의삶은처음은별차이가없을지모르지만시간이흐르면그 차이는 아주 클 것이다.
공자가 말했다. “중용의 도가 세상에 행해지지 않는구나. 나는 그원인을 아노라. 총명한 사람은 일을 함에
자주 그가 정한 표준을 넘어서고, 우매한 사람은 일을 함에 그가 세운 표준에 미치지 못한다. 중용의 도가 세상을 밝히지 못하는구나. 나는 그 원인을 아노라. 현명한 사람은 자주 그가 세운 표준을 넘어서고, 현명하지 못한 사람은 그가 세운 표준에 미치지 못한다. 이것은 마치 사람이 물을 마시지 않고 또 음식을 먹지 않고는 살 수가 없지만 습관처럼 일상적으로 먹기만 할뿐 음식의 맛을 진정으로 아는 사람은 아주 드문것과 같다.” 『 중용中庸 제4장』
공자가 말했다. “사람들은 모두 자기가 지혜로운줄 안다. 그러나 이익과 욕심앞에서는 마치 쳐놓은 그물에 잡히거나 사람이 파놓은 함정에 빠져서 헤쳐나올줄 모르는 동물과 다름이 없다. 사람들은 모두 자기가 지혜로운줄 안다. 그러나 중용의 도덕준칙을 선택하고서 한달이라는 짧은 시간동안만이라도 그것을 연속해서 유지하지를 못한다.” 『중용中庸 제7장』
중용의 도를 구하는 군자는 평소의 위치에서 자신의 일을 할 때 편안하고 자기 본분 이외의 명리는 쫓지 않는다. 부귀한 위치에 처해서는 응당 부귀에 맞춰 일을 하고, 가난한 위치에 처해서는 응당 가난에 맞춰 일을 하고, 주변의 낙후된 나라에 처해서는 그 나라에 맞춰 일을 하고, 어려운 환경에 처해서는 어려운 환경에 맞춰 일을 처리한다. 군자는 어떤 경지에 처하더라도 스스로 즐거워 하고 자연스럽게 일을 처리한다.
군자는 윗자리에 있을때는 아랫사람을 업신여기지 않으며, 아랫자리에 있을때는 윗사람에게 아부하지 않는다. 자신의 행위를 단정히 하여 다른 사람에게 구하지 않으니 원한의 마음을 가질 수가 없다. 그래서 군자는 평안한 땅에 거하면서 자신의 본분을 지켜서 시간을 기다린다. 소인은 본분에 맞지않는 것들을 얻으려고 모험을 마다하지 않는다.
공자가 말했다. “활을 쏘는 도리가 군자가 도를 행하는 것과 아주 비슷하다. 만약 화살이 과녁 중심에 적중하지 않는다면 그 원인을 다른곳에서 찾을것이 아니라 돌이켜 내 자신에게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 중용中庸 제14장』
반성을 통해 원인을 찾으면 그에 맞게 기다림의 시간에 그것을 수정하거나 새롭게 하는 노력을 투여해야한다.
기다림-선택-반성이라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단정한 마음 즉 평상심을 가지고 노자가 도덕경에서 말한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는 말처럼 물처럼 자유롭게 흘러가면서 사는 인생을 나는 꿈꾼다.
이 글의 끝을 신동엽 시인의 수필 한 구절로 맺고자 한다.
내 인생을 시로 장식해 봤으면
내 인생을 사랑으로 채워 봤으면 내 인생을 혁명으로 불질러 봤으면 세월은 흐른다
그렇다고 서둘고 싶진 않다.
ᅳ 신동엽 <서둘고 싶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