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찌꺼기를 녹여내는 이치: 기운이 흐르면 응어리는 절로 사라진다

 우리는 흔히 가래, 즉 담(痰)이라고 하면 감기에 걸렸을 때 기침과 함께 뱉어내는 호흡기의 이물질만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장정모 교수의 제63강에 담긴 동양의학의 지혜는 다릅니다. 동양의학에서 담은 단순히 목에 걸린 가래가 아니라, 우리 몸의 수액 대사가 원활하지 못해 끈적하게 뭉쳐버린 모든 병리적 찌꺼기를 통틀어 일컫습니다.

담은 기운이 오르내리는 길을 따라 우리 몸 어디든 흘러갑니다. 폐에 머무르면 기침과 천식이 되지만, 심장으로 가면 마음을 어지럽혀 불면과 불안을 일으키고, 간으로 가면 핏대를 세우며 경련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우리 삶의 모습도 이와 몹시 닮아 있습니다. 제때 소화해내지 못한 묵은 감정, 풀지 못한 스트레스, 버리지 못한 집착들은 우리 내면에 보이지 않는 담이 됩니다. 이 마음의 담은 형태를 바꾸어 가며 어느 날은 까닭 없는 우울로, 어느 날은 타인을 향한 날 선 분노로, 또 어느 날은 삶의 무기력으로 발현되어 우리를 끝없이 괴롭힙니다.

그렇다면 이 지독한 삶의 담을 어떻게 삭여낼 수 있을까요. 옛 의가들은 담이 생겨나는 근본 원인을 비장(脾臟)의 기능 저하에서 찾았습니다. 비장은 담이 생겨나는 근원이고, 폐는 담을 담아두는 그릇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겉으로 드러난 기침이라는 증상에만 매달려 억지로 가래를 뱉어내려 애쓰는 동안, 정작 근본적인 원인인 비장의 소화력, 즉 삶의 온갖 경험들을 건강하게 소화하고 받아들이는 내면의 힘은 방치되고 있었던 것은 아닐는지요.

화담(化痰)의 철학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가장 위대한 깨달음은 바로 ‘치담선치기 기순담자소(治痰先治氣 氣順痰自消)’라는 구절에 담겨 있습니다. 담을 치료하려면 먼저 기운을 다스려야 하니, 기운이 순조롭게 흐르면 담은 스스로 스르르 흩어져 사라진다는 뜻입니다. 우리를 짓누르는 문제들을 억지로 뜯어고치려 핏대를 세우는 대신, 꼬여버린 마음의 호흡을 가다듬고 삶의 자연스러운 리듬을 회복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내면의 중심을 바로잡아 기운이 맑고 부드럽게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면, 그토록 우리를 괴롭히던 마음의 굳은 응어리들도 어느새 형체 없이 녹아내릴 것입니다.

맺으며: 흐르는 강물에는 이끼가 끼지 않듯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삶을 병들게 하는 마음의 담을 삭여내는 일은, 결국 나 자신의 맑은 기운을 회복하는 일에서 출발합니다. 억지로 부수려 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흐름을 되찾아 스스로 흩어지게 만드는 화담의 지혜야말로 가장 성숙하고 우아한 치유의 방식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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