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글] 잃어버린 비급(秘笈)의 봉인을 해제하며: 소문 유편(素問遺篇) 제72편 자법론(刺法論)에 부쳐
황제내경(黃帝內經) 소문(素問) 총 81편의 장구한 역사 속에는 수백 년간 베일에 싸여 있던 두 개의 빈 공간이 존재했습니다. 당(唐)나라 시대, 흩어진 황제내경을 집대성하고 주해를 달았던 위대한 의학자 왕빙(王冰)조차 끝내 원본을 찾아내지 못해 눈물을 머금고 공백으로 남겨두어야 했던 장, 바로 제72편 자법론(刺法論)과 제73편 본병론(本病論)입니다.
이 두 편은 훗날 송(宋)나라 시대에 이르러서야 기적적으로 복원되어 다시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고, 후대 학자들은 이를 가리켜 소문 유편(素問遺篇), 즉 ‘잃어버린 소문의 조각’이라 불렀습니다.
그렇다면 이 귀중한 문헌은 왜 그토록 오랜 세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만 했을까요? 그것은 이 장이 천지의 기운(運氣)이 뒤틀려 발생하는 대규모 전염병, 즉 온역(溫疫)이라는 치명적인 재난 앞에서 인류가 살아남기 위한 궁극의 비전(秘傳)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외부의 사기(邪氣)를 물리치는 정교한 침술(刺法)의 비기는 물론, 공포 속에서도 마음을 다스려 진기(眞氣)와 정신(神)을 보존하는 가장 깊은 차원의 생존 방어술이 바로 이 잃어버린 비급 안에 숨겨져 있었습니다.
천지의 기운이 요동치고 예측 불가능한 외부의 독기(毒氣)가 일상을 위협하는 현대 사회에, 수천 년의 시간을 건너뛴 이 비급의 복원은 결코 단순한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이제 타협 없는 1:1 원문 직역의 엄격한 잣대로 이 비급의 봉인을 해제합니다. “정기가 안에 굳건히 있으면 사악한 기운이 결코 침범할 수 없다(正氣存內, 邪不可干)”는 한의학 역사상 가장 위대한 생존의 철학을,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제72편 자법론의 원문을 통해 직접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본 편은 운기(運氣)가 비정상적이어서 온역(疫病)이 유행하게 되는 원리를 논술하였고, 아울러 많은 예방과 치료 방법을 제시하였는데, 그 예방과 치료 방법이 자법(刺法)을 위주로 하였기 때문에 편명을 《자법론(刺法論)》이라 하였다. 본 편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오운(五運)의 오르고 내림(升降)과 오고 감(往來)이 비정상적인 것이 온역 발생의 근원임을 지적하였다. 온역의 유행은 예측하고 예방할 수 있음을 설명하였다. 예방의 원칙은 “정기가 안에 있으면 사기가 침범할 수 없다(正氣存內, 邪不可干)”는 것을 강조하면서, 아울러 “그 독기를 피해야(避其毒氣)” 함을 주의시켰다. 십이장부(十二臟腑)의 기능 및 그 발병 시의 자법(刺法)을 논술하였다.
[기운의 승강 상실과 자법을 통한 구제] 황제(黃帝)가 묻기를: 마땅히 올라가야 할 것이 오르지 못하고, 마땅히 내려가야 할 것이 내리지 못하여, 기의 오르고 내림(升降)이 막히고 비정상적이어서 맹렬하게 억눌린 기운(鬱氣)이 되는 것에 대해서는 내가 이미 알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미리 백성들을 구제하여 그 억눌린 기운을 물러가게 할 수 있습니까? 기백(岐伯)이 두 번 절하며 대답하기를: 질문이 참으로 상세하십니다! 제가 선생님(夫子)의 말씀을 들었는데, 이미 천원(天元)의 도(道)를 밝게 알고 다시 자법(刺法)을 깊이 궁구하면, 억눌린 기운을 꺾어 기운의 오르고 내림이 정상으로 되게 하고, 허약해진 진기(眞氣)를 보충하며, 지나치게 성한 사기(邪氣)를 제거하여 이 질병의 고통을 없앨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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