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唐) · 왕빙(王冰) 지음
1. 의학의 숭고한 목적과 기원
질병(疾病)의 얽매임을 해소하고, 병환(病患)의 고난에서 벗어나게 하며, 진정(真精)을 보전하고, 원기(元氣)를 소통시키며, 여민(黎民·백성)을 구제하여 장수(長壽)의 경지에 이르게 하고, 체질이 허약하고 병이 많은 사람을 도와 평안(平安)을 얻게 하니, 만약 삼성(三聖·복희, 신농, 황제)의 도(道)가 아니면 그 목적에 도달할 수 없다.
공안국(孔安國)은 《상서(尚書)》의 서문(序)에서 말하기를 “복희(伏羲), 신농(神農), 황제(黃帝)의 책을 일러 삼분(三墳)이라 하는데, 이는 대도(大道)를 이야기한 것이다.”라고 하였다. 반고(班固)는 《한서(漢書)·예문지(藝文志)》에서 말하기를 “《황제내경(黃帝內經)》 18권”이라 하였다.
2. 내경의 전승과 보존
비록 연대(年代)가 거듭 바뀌고 왕조가 교체되었으나, 그 전수와 학습을 통해 여전히 보존되고 있다. 다만 적당한 인물이 아닐까 염려하여 때로는 숨기고, 비밀로 하여 전하지 않았다.
그래서 제7권은 선배 선생들께서 숨겨두시어, 현재 세상에 유통되는 것은 오직 8권뿐이다. 비록 그러하나 《내경(內經)》의 문장은 간결하지만 함축된 의미가 넓고, 그 취지가 심오하다.
3. 경전의 깊이와 완벽성
천지(天地)의 형상(形象)을 분명히 구분하고, 음양(陰陽)과 사시(四時·사계절)의 기후를 차례대로 나열하였으며, 변화의 연유를 밝히고, 생사(生死)의 징조를 드러냈다. 꾀하지 않아도 멀고 가까운 것이 자연스럽게 동일하고, 약속하지 않아도 은밀하든 명백하든 모두 서로 부합한다.
그 속의 언론(言論)을 상고해보면 증거가 있고, 사실로 검증해보아도 착오가 없다. 실로 지고(至高·더없이 높음)한 의학 도(道)의 원천이며, 양생(養生)의 근본이다.
4. 학습의 어려움과 명의(名醫)들의 배출
만약 천부적인 자질(天資)이 민첩하게 싹터서 현묘(玄妙)하고 심오한 도리를 통효(通曉·환히 깨달음)하고, 경문(經文)을 완전하고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비록 자질이 총명한 사람에게 달려 있다 하더라도, 경문을 올바르게 이해하려면 경문에 대한 훈고(訓詁·자구 풀이와 해석)에 의지해야 한다. 이는 마치 길을 따르지 않고는 걸을 수 없고, 문을 거치지 않고는 드나들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러나 전심치지(專心致志)하여 깊이 연구하고, 미묘함을 탐구하고 은밀하고 깊은 곳을 찾아서, 만약 그 인식이 진리의 요체(要道)에 부합할 수 있다면, 눈앞의 소가 온전한 소로 보이지 않는(목무전우·目無全牛)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항상 성취가 있게 되고, 마치 귀신(鬼神)이 암암리에 돕는 것과 같아서, 세상에 이름을 떨친 걸출한 인재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동주(東周) 시대에는 진월인(秦越人·편작)이 있었고, 한(漢)나라 때는 순우의(淳于意)가 있었으며, 위(魏)나라에는 장중경(張仲景)과 화타(華佗)가 있었으니, 이들은 모두 의도(醫道)의 오묘함을 장악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사업은 마치 꽃과 푸른 잎처럼 차례로 번성하고, 명성(名聲)과 실질(實質)이 서로 부합하였다.
5. 기존 판본의 오류와 문제점
나는 젊었을 때부터 의도(醫道)를 흠모하였고, 평소에 양생(養生)하는 학문을 좋아하였다. 다행히 진경(真經·황제내경)을 만나 그것을 양생과 치료의 지침으로 삼았다.
그러나 세상에 유통되는 판본(本子)은 오류가 있고, 편목(篇目)이 중복되어 있으며, 앞뒤 순서가 맞지 않고(불륜·不倫), 문장의 의리(義理)가 차이가 매우 커서 운용하기가 쉽지 않았으며, 읽고 이해하기도 어려웠다. 세월이 오래되어 서로 답습하다 보니 고질적인 폐단이 되었다.
• 동일한 한 편의 문장이 중복되는데 도리어 두 개의 제목을 세운 경우
• 두 편의 문장이 섞여 있는데 동일한 편명(篇名)을 사용한 경우
• 문답(問答)이 끝나지 않았는데 별도로 다른 편명(篇題)을 설정한 경우
• 문자가 탈락하여 명확히 밝힐 수 없는데도 역래(歷來)로 결핍된 채로 둔 경우
예를 들어, 중복되어 나온 《경합(經合)》 편의 앞부분에 《팔정신명론(八正神明論)》이라는 이름을 씌우기도 했고(사실 《소문》에는 《침복(針服)》이라는 편명이 없다), 《이법방의론(異法方宜論)》을 《해론(咳論)》 편에 병입(幷入)하기도 했다. 《사시자역종론(四時刺逆從論)》 중의 ‘허실(虛實)’ 내용을 잘라내어 제1권에 두고, 삼음삼양(三陰三陽)의 허실을 논한 부분은 제6권에 두기도 했다.
이처럼 《상고천진론(上古天真論)》을 뒤로 물리고 《조경론(調經論)》 등을 앞에 두는 등 그 오류를 다 헤아릴 수 없었다. 태산(泰山)에 오르려는데 길이 없고, 부상(扶桑)에 가려는데 배가 없는 격이었다.
6. 비본(秘本)의 발견과 12년의 대작업
이에 정신을 집중하여 연구하고 널리 구하였으며, 뜻을 같이하는 사람을 찾아 12년을 보낸 후에야 비로소 이치와 요점(理要)에 통달하게 되었다. 당시 곽(郭) 선생의 서재(자재당·子齋堂)에서 선사(先師) 장공(張公)의 비본(秘本)을 얻게 되었는데, 그 문자가 명백하고 분명하며, 의리(義理)가 상세하고 모순이 없었다.
이 본(本)을 대조하니 수많은 의문점이 얼음 녹듯 해결되었다. 나는 이 책이 훗날 유실될까 두려워 주석(注釋)을 지어 쉼 없이 유전(流傳)되게 하였다. 여기에 원래 소장하고 있던 제7권을 더하여, 합계 81편(篇), 24권(卷)으로 총괄하여 한 부의 책으로 만들었다.
7. 교정의 원칙과 방법
• 보충: 죽간(竹簡)이 탈락하고 문자가 끊어진 것은 경론(經論) 중 상관된 내용을 찾아 보충하였다.
• 명확화: 편명(篇名)이 유실된 것은 그 취지를 헤아려 제목을 달았다.
• 재배치: 편론(篇論)이 뒤섞인 것은 별도로 제목을 세워 정리했다.
• 예의 교정: 군신(君臣) 간의 예의가 착란 된 것은 존비(尊卑)를 고증하여 교정했다.
• 중복 삭제: 번잡하고 중복된 곳은 삭제하고 요점만 보존했다.
• 현주밀어: 사리가 너무 심오한 것은 별도로 《현주밀어(玄珠密語)》를 지어 설명했다.
• 주서(朱書): 내가 더해 넣은 문자는 붉은색 글씨로 써서 경문과 구분하였다.
8. 후세를 위한 기원
이렇게 하면 도리(道理)가 마치 이십팔수(二十八宿)가 하늘에 제자리를 잡은 듯 어지럽지 않을 것이며, 깊은 샘물이 투명하여 속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것과 같을 것이다. 임금과 신하, 위와 아래가 모두 수명을 연장(延年益壽)하고, 의사들은 착오가 없으며, 배우는 자들은 의리를 분명히 알게 될 것이다.
의학의 지극한 도(至道)가 사방으로 퍼져 덕음(德音)이 끊이지 않고, 천년 후에도 대성(大聖)과 선현(先賢)들의 자애와 은혜가 무궁무진함을 알게 될 것이다.
때는 대당(大唐) 보응(寶應) 원년(元年) 임인년(壬寅年, 762년)에 서문을 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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